[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의 11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전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근로조건 개선이 주된 내용이지만, 실적 개선이 과제인 상태에서 노조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부 노조는 교섭권도 없는 데다, 일부 계열사는 정식 노조가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조정 결과 입장 발표 및 연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노조연대는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근로조건 개선 7대 요구안에는 우선 2024년도 임금 공통 인상률 5.4% 및 계열사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 인상률 인상이 포함됐다. 또 노조는 2023년 물가상승률 3.6%와 산업별 노동생산성 증가분 1.8%를 반영해 올해 공통 인상률로 5.4%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임금피크제 개선 및 정년 연장 △리프레시 휴가 5일 등 일과 삶의 균형 보장 △ 포괄임금제 폐지 등 정당한 임금체계로 전환 △공정한 평가제도 도입 및 하위 고과자 임금 삭감 폐지 △모회사·자회사 동일 처우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요구했다.
또 노조는 “무노조경영 포기 선언이라는 용단 있는 결정을 했던 이재용 회장이 한 번쯤은 용기 내어 노조 대표와 만나 노사 상생을 위한 합리적 제안을 경청해 주기를 원한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직접 교섭 상견례, 교섭 시 대표이사 참석을 제안했다.
다만 현재 삼성 대부분 계열사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조의 이 같은 행보에 비판이 더해지고 있다. 회사가 어려운데 자신들의 잇속만 차리는 ‘강성노조’의 행보와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2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난달 17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DS부문 임원들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각 사마다 경영 여건이나 처한 환경이 달라 일괄 교섭에 대표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삼성노조연대에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삼성SDI울산 노조, 전국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삼성생명 노조, 삼성생명서비스 노조, 삼성화재 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삼성웰스토리 노조, 삼성에스원참여 노조,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U 등이 참여 중이다.
이 중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4곳의 경우 노조가 교섭권이 없는 소수 노조라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교섭권을 가진 정식 노조가 현재 사측과 2024년 임금교섭을 진행 중이어서 섣부른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노조는 향후 투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16일 2024년 임금협상을 위한 1차 본교섭을 시작한 이후 2차(1월 23일), 3차(1월 30일)를 진행하고 이날 4차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다음 달 21일 임금 인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3월 15일 이전 협약 체결을 목표로 교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날 사측이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으면서 노조는 교섭 결렬 가능성을 예고했다. 쟁의권 획득 후 스크린 시위, 노조 연대 등의 투쟁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조의 행보가 투쟁으로 이어질 경우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당한 대우에 맞서는 노조’라는 정의로운 이미지가 사라진지 오래고, 일부 노조 간부들의 부당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노조의 위상이 예년만 못하게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의 위상이 떨어진 데다, 삼성에 다니면서 노조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얻기 어렵다”면서 “일부 교섭권이 없는 노조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투쟁을 벌인다 해도 노조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전삼노 가입자 수는 전날 오전 11시 기준 1만6815명이다. 5차 교섭은 설 연휴 이후인 14일 열릴 예정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