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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탐험(72)-준비된 골퍼와 준비되지 않은 골퍼

2015-08-25 14:0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72)-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골프는 기회의 게임이다. 찾아온 기회를 얼마나 살리느냐에 따라 스코어가 갈린다. 18홀을 돌다 보면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두세 번의 버디 기회를 맞는다.

기회 포착력이 약한 사람은 버디 기회를 맥없이 놓치고 파 세이브마저 실패한다. 기회 포착력이 뛰어난 사람은 기회를 살려 버디를 챙기거나 버디를 놓치더라도 파를 보장받는다. 두세 번의 버디 기회를 놓쳤느냐, 살렸느냐에 따라 18홀을 끝낸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

기회를 살리는 것도 놓치는 것도 평소 습관의 산물이다. 기회를 살릴 방도를 찾지 않고 대강대강 쳐버리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 반면 기회가 오면 반드시 낚아채겠다는 자세로 진지하게 달려드는 사람은 기회를 성공시킬 확률이 그만큼 높다.

기회를 놓치고 나서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은 연습도 게을리 한다. 반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버릇이 몸에 밴 사람은 성공확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 부단히 연습하고 찾아올 기회를 기다린다.

상반되는 두 가지 골프습관이 한 사람의 골프를 평생 지배한다. 기회를 맞을 자세와 실력을 갖춘 ‘준비된 골퍼’와 그렇지 않은 ‘준비 안 된 골퍼’는 스코어뿐만 아니라 골프의 즐거움에서도 차이날 수밖에 없다.

   
▲ 아무리 골프를 좋아해도 찾아온 기회를 살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진정한 골퍼라 할 수 없다. 절룩거리는 사자는 어린 사슴조차 잡을 수 없다./삽화=방민준
히말라야산맥의 남쪽 네팔의 한 산동네에는 매년 4월이 되면 수천마리의 두루미가 몰려들어 한 달 정도 머문다.

시베리아 들판을 떠나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인도에까지 내려갔던 두루미들은 봄이 되면서 다시 시베리아 들판으로 돌아가기 위해 산맥의 남쪽언저리에 모여드는 것인데 여기서 두루미들은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넘어 수백㎞ 떨어진 시베리아의 들판으로 자신들을 실어 날라줄 바람을 기다린다.

적당한 기류가 나타날 때를 대비해 새끼들은 부지런히 비상훈련을 하고 어미들은 어느 바람이 적당한지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히말라야산맥의 언저리를 비행한다. 적당한 기류가 나타나면 두루미 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일제히 날아올라 어미의 지휘아래 솟구치는 바람을 타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맥을 넘는다.

물론 몇 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해 산맥을 넘지 못하고 동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두루미들이 고향인 시베리아들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어미가 알맞은 기류를 가려내는 지혜를 갖고 있고 새끼들은 이 기류를 탈 수 있도록 충분한 비상훈련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골프를 좋아해도 찾아온 기회를 살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진정한 골퍼라 할 수 없다. 절룩거리는 사자는 어린 사슴조차 잡을 수 없다. /방민준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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