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반등 사이클을 고려해 공장 가동 시점을 조절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반면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경우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3년 이상 앞당겨 준공에 나섰고,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올 연말부터 1.8나노(㎚·10억분의 1m) 공정(18A)의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하는 등 반도체 경쟁국들의 도전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반등 사이클을 고려해 공장 가동 시점을 조절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사이클, 유지 비용 등을 고려해 신공장 가동에 대한 속도 조절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5공장)의 경우, 기초공사만 진행된 상태로 본격적인 공사를 준비 중이고,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내 신공장인 M15X도 공사를 중단하며 재개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최첨단 공장들의 속도 조절에 대해 업황 둔화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D램은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낸드와 파운드리는 회복이 더딘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황을 고려해 공장을 빨리 짓기보단, 고객사 수주 및 제품 양산·공급 시점에 최대한 맞춰 완공 시점을 조율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경쟁 기업인 TSMC와 인텔 등은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경쟁 기업들 모두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TSMC의 경우 지난 주말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을 당초 계획보다 3년 가량 앞당겨 준공했다. TSMC의 조기 준공은 일본 정부의 대규모 지원(4760억 엔)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여기에 약 1조 엔을 투자했다.
이번에 준공한 1공장은 약 21만㎡ 부지에 클린룸 등 반도체 제조 설비를 갖춘 팹(Fab)동과 운영사인 JASM의 오피스동을 갖췄다. 이미 시험생산에 들어간 이 공장은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6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반도체를 생산한다.
이밖에도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도 400억 달러를 투자해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내년부터 이곳에서 4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100억 유로를 투자해 독일의 드레스덴에 12~28나노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TSMC의 첫 유럽 공장으로, 오는 2027년 이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1.8나노 공정(18A)을 올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당초 양산 시작시점은 2025년부터였지만, 1년여 앞당겨진 것이다.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한 상태다. 양사는 내년 2나노급 공정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인텔의 포부대로 양산이 진행된다면 삼성전자와 TSMC를 앞지르게 된다.
파운드리 후발 주자인 인텔은 지난해 9월 1.8나노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하며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인텔 역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통해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3550억 원)가 넘는 규모의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도체법 시행 이후 최대 금액이다.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경쟁국들의 열기에 경쟁 기업이 치고나가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반도체 지원 사업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리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책과 규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 정부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는 진영 논리에 치우쳐 산업을 바라보기 보단, 국가 경제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