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 수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수은법 개정에 이어 시중은행들이 추가 대출에 나서면서 금융지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폴란드도 방산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국내 방산업계도 계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폴란드로 수출되는 현대로템 K2 전차./사진=현대로템 제공
◆국내 은행, 폴란드 계약에 10조 원 대출 지원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폴란드와의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을 위해 약 10조 원의 추가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린 데 이어 시중은행들도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폴란드와의 계약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폴란드와 K9 자주포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 K2 전차 1000대, FA-50 48대를 판매하는 계약은 체결했다. 이후 같은 해 1차 계약을 통해 K9 자주포 212문, 천무 218대, K2 전차 180대, FA-50 48대를 납품하기로 했다.
하지만 2차 계약은 수은의 법정지원금 한도에 막히면서 현재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이에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 2월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정자본금 한도는 10조 원 늘어났다.
수은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방산 수출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수은만으로 정책금융 제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시중은행까지 금융지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와의 2차 계약 규모는 약 3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성일 국방부 국방전력자원관리실장은 폴란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시중·민간 은행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금을 모으기로 합의해 75억 달러(약 10조 원)를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며 “수은도 자본금을 늘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새로운 법에 따라 폴란드에 85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의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폴란드 역시 이러한 금융지원 확대 움직임에 국내 방산업계와의 계약을 이행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폴란드는 지난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계약 축소 혹은 취소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비난 15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를 통해 “폴란드 신정부는 지난 정부의 계약을 존중하며 이를 지속 이행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계약 취소 불안감 해소…현지 생산 놓고 협상
국내 방산업계 역시 금융지원 한도가 높아짐에 따라 폴란드와의 계약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와 2차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두 곳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2차 계약 물량 중 일부인 K9 자주포 152문을 계약하면서 현재 협상 중인 물량은 308문, 천무 70대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820대를 놓고 협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계약을 진행하면서 협의를 대부분 마쳤지만 기술 이전과 현지 부품 생산 등에 대해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도 현지 생산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20대로 대규모다 보니 계약을 나눠서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폴란드의 계약 이행 의지로 계약 축소나 취소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폴란드와의 2차 계약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원에 대한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협상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차 계약에는 폴란드 현지 생산이 포함된 만큼 폴란드 입장에서도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협상은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