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일 정명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5차 정명토론회의 주제는 <헌법의 정명(正名), 왜 중요한가>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모호한 헌법 용어에 대한 점검과 바른 용어 사용에 대한 제안이 이어졌다.
자유경제원은 법치의 ‘시금석’인 헌법이 모호하고 좌편향된 용어로 인해 좌파세력에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률적 판단과 정책마련의 근거가 되는 헌법용어의 정명이 시급하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발제를 맡은 김상겸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는 “헌법은 국가작용과 국가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거인 동시에 국민생활의 규범이 되는 최고법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떼법’, ‘국민정서법’ 등을 운운하며 실정법의 효력을 무시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런 한국사회의 현상이 준법을 부정하는 그릇된 행태라고 비판하면서도 현행 ‘헌법’ 자체가 시대정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동시에 그 내용과 용어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을 맡은 이영조 교수(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는 "헌법의 성격과 개헌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헌법은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념할 것은 헌법 또한 역사적 경험과 제정 혹은 개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상황이 바뀌거나 새로운 필요가 생기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반영할 수 있게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이영조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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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조 교수는 "헌법의 성격과 개헌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헌법은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념할 것은 헌법 또한 역사적 경험과 제정 혹은 개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상황이 바뀌거나 새로운 필요가 생기 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반영할 수 있게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다.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 국민의 기본권과 의무, 정치체제, 국가의 구조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로 모든 법률의 토대가 된다. 그만큼 개정도 쉽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 상례다.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 제128조, 제129조, 제130조에는 대통령이나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발의로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유권자 과반의 투표와 과반의 찬성으로 개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헌법의 성격과 개헌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헌법은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념할 것은 헌법 또한 역사적 경험과 제정 혹은 개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상황이 바뀌거나 새로운 필요가 생기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반영할 수 있게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상겸 교수님이 발제문에서 지적하듯이 우리 헌법은 모호한 부분도 있고 상호 충돌하는 듯한 조항들도 있다. 예컨대 전문에 보면 ‘민주개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1987년 민주이행기의 상황에서는 당연시되었지만 민주주의가 정착한 단계에서 그 의의나 의미는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전문에는 ‘사회적 폐습’을 ‘타파’한다는 말도 등장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무엇이 사회적 폐습인지는 헌법 어디를 봐도 알 수 없다.
제3 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해 놓고는 제4조에서는 평화 통일을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와 부속도서라면 북한지역도 포함하고 당연히 이를 통치하는 북한정권은 반란정권인데 이런 반군이 점령한 지역을 수복하는데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하라고 헌법은 제한하고 있다.
다른 한편 국민 기본권 부분을 가보면 지나치게 세세하다 싶을 정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많다. 권위주의 시기의 경험 때문에 이렇게 한 것 같지만 형법에 담겨 있어도 무 방하다 싶은 절차적 내용까지도 담고 있다. 제123조 같은 경우 농어업, 중소기업과 관련한 산업정책 수준의 내용을 국가의 헌법적 의무사항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이처 럼 지나치게 구체적인 것은 헌법 전체에 늘려 있다. 모두가 시대적 상황과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18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곳곳에서 지나치게 세세하고 구체적인 헌법이 과연 이미 있었던 변화와 통일과 같은 미래에 있을 변화까지도 담지해낼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얼마 전까지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 제기하던 개헌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충분히 공론이 이루어져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권력구조만 고치려는 개헌은 제고해야 한다.
나는 개헌 논의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헌법을 떠올린다. 1787년에 30대 중반의 사람들이 쓴 이 헌법이 20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까지 거의 원형을 유지한 채 미국 정부의 기본 골격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미국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여 년 전에 마련된 틀이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신축성과 적응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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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일 정명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5차 정명토론회의 주제는 <헌법의 정명(正名), 왜 중요한가>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모호한 헌법 용어에 대한 점검과 바른 용어 사용에 대한 제안이 이어졌다. |
하지만 이러한 놀라움은 <<연방주의론>>( The Federalist )을 읽고 나면 끄덕임으로 바뀐다. <<연방주의론>>은 미합중국 헌법안의 인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의도에서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의 세 연방주의자가 푸블리우스(Publius)라는 공통의 필명으로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이처럼 실천적인 목적을 위해 꽤나 급히 쓴 책이지만, 토마스 제퍼슨의 표현을 빌면, “정부의 원칙에 대해 이제껏 쓰여진 최고의 해설서”였다.
연방주의자들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정부형태를 고안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분석을 1787년의 상황에 한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 정부형태를 전 인류를 위한 모델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석을 미국이라는 공간에 국한하지도 않았다. 미국 헌법이 200년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기초를 맡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선견지명을 가지고 엄청나게 고민하고 궁리하고 고안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하여 지금까지 진행된 우리의 개헌 논의는 어떤가? 우선 개헌 논의는 거의 전적으로 권력구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아울러 국가의 기본 골격을 대상으로 하는, 따라서 엄청나게 진지해야 할, 논의가 정략적인 계산과 얄팍한 논리로 그것도 국민과는 유리된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거의 참을 수 없는 절망을 느낀다.
개헌은 사회계약을 새로 작성할 좋은 기회다. 오늘의 한국만이 아니라 미래의 통일된 한국까지도 내다보면서 전 인류에 모범이 될 수 있는 그런 헌법을 쓰겠다는 입장에서 개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음 어떻게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다음 대선에서 유리할까 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현재와 미래의 국민들에게 큰 죄를 범하는 행위이다. /이영조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