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4·10총선 국민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정권심판론에 응답한 유권자들은 192석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거야를 탄생시켰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독주’로 판단하고 국정기조 변화와 협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국정쇄신에 나선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에 응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거야 탄생의 주역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윤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영수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민주당 당선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께서 일군 승리입니다. 민생정치로 보답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민생을 위해 ‘협치’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이 대표는 순국선열들에게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도 야당의 협조와 협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못 한 게 아쉬울 뿐”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야당 때려잡는 게 목표라면 대화할 필요도, 존중할 필요도 없겠지만 대통령과 함께 야당과 국회도 국정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축"이라며 "삼권분립이 이 나라 헌정 질서 기본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응당 존중하고 대화하고 또 이견 있는 부분에 대해선 서로 타협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야당을 대결 대상이 아닌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해달라는 요청이다.
영수회담의 필요성은 여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여소야대의 상황이 지속돼 원활한 국정운영과 민생입법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영수회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며 “국정 운영을 이끌어내야 되는 국정 파트너로서 야당을 만나야지만 민생을 챙길 수 있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들로부터 ‘독선’으로 평가받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해왔다. 영수회담이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명분과,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참패로 전날 국정쇄신에 나섬에 따라 영수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차기 총리 임명을 위한 청문회부터, 내년도 정부 예산안 등 거야의 협조를 얻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대상은 이 대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남을 가질 경우 그동안 영수회담을 거절해왔던 명분이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대표가 범죄 혐의자라는 이유로 영수회담을 거절한다고 밝혀 왔었다”면서 “현재 달라진 상황이 없는데 이 대표를 만나게 되면 그동안 거부해왔던 명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영수회담을 한다면 이 대표 대신 22대 국회가 개회한 이후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와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