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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취업규칙 변경…노동개혁 때 놓치면 국가재앙

2015-09-05 08:2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이동응 경총 전무
지난 4월 8일 한국노총의 결렬 선언으로 중단된 노사정의 노동개혁 협상이 4개월 만에 재개되었다. 노사정은 그 당시까지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의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8월말 협상재개 기자회견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즉시 중단할 것과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의 핵심 사안들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향후 협상에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동개혁이 절박하고도 시급한 과제인 이유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일자리 부족 문제와 이중구조 고착화,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 바로 노동개혁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일자리가 생겨나고 나눠가질 파이가 충분하던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누군가 자신의 기여에 비해 더 많은 몫을 가져가고 과도한 보호를 받더라도 다들 충분한 자기 몫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르고 계속해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여력이 없어지면서 기존 시스템은 수많은 문제점들을 양산하기 시작하였다.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다니느냐 중소기업을 다니느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강성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냐 그렇지 않느냐 등 여러 부문으로 나뉘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결국 노동시장에 공정한 룰을 만들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자신이 일한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능력과 기여에 상관없이 한번 차지한 일자리가 계속해서 보장되고, 일을 못해도 회사를 오래 다니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낡은 시스템으로는 일자리 창출도 기업의 경쟁력 제고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난항을 겪는 가운데 노조가 두 번째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중 노조는 4일 오전 8시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부별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노동비용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높은 임금을 받아가는 근로자들이 늘어날수록 신규채용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인재 수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노동개혁이 진정한 개혁으로서 성공을 거두려면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타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들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성과가 저조하고 기여가 낮은 근로자에 대해 기업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 노동계는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고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개선이 필요한 핵심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기득권 노동조합에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는 현행 법제도에 대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법하에서는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면 기업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아무리 지나치고 불합리한 것이라 하더라도 파업에 대응할 수단이 없는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기업들은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고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 노동시장에 새 일자리는 줄어들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 역시 노동개혁의 중요한 과제이다.

해마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있었고, 일자리 감소에 대한 어떠한 보완조치 없이 정년 60세제도가 입법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2014년 한해 통상임금증가율은 10.1%에 이르고, 정부여당은 핵심 국정과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개혁을 하겠다며 어렵사리 노사정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긴 했지만, 이처럼 이미 숙원하던 바를 사실상 다 얻어낸 노동계는 근로계약 해지, 취업규칙 변경,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의 핵심 사안들에 부정적이다. 앞으로의 협상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만약 이번 기회에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꾸지 못한다면 청년고용절벽은 현실화될 것이고, 부문별 양극화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은 요원해질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재개된 협상이다. 이번만큼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동응 경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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