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보상위원회 발족…반올림 대화원칙 무너뜨려 주장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보상위원회를 발족함에 따라 갈등이 해소될 것처럼 보였지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강한 반발로 또 다시 해결책이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노동법, 산업의학, 사회정책 등 관련분야 전문가 위원4명과 가족대책위원회 대리인, 회사 측과 근로자대표 등 7명으로 구성된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에 반올림은 “삼성이 반올림과 직업병 피해가족들을 기만하고 대화의 원칙을 무너뜨렸다”며 반발하며 7일 오후 1시30분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반올림은 “삼성이 반올림과 직업병 피해가족들을 기만하고 대화의 원칙을 무너뜨렸다”며 반발하며 7일 오후 1시30분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다./사진=미디어펜 |
또한, 반올림은 보상위원회 발족은 부당하다며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보상과 협상을 원했던 가족대책위(가족위)와 직업병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올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후원금으로 활동하는 반올림이 삼성전자가 발족한 보상위원회를 반대하는 이유와 관련, 일각에서는 의문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삼성전자와 가족위의 협상을 끝으로 해결이 나면 반올림은 ‘직업’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 여기에 삼성전자의 직업병을 해결했다는 공과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보상위원회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다.
반올림의 후원금 사용 내역도 의문이다. 가족위가 반올림에서 나올 당시 후원금 사용 내역이 투명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반올림은 초기에는 사용 내역을 공개했지만 2011년3월 이후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은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재단 설립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삼성전자 내부에 일종의 감시기구를 두고 그 기구 속에 반올림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재단 관련 조항을 보면 사무국과 하부조직, 상근 임직원을 둘 수 있으며 출연금의 30%인 300억원까지 운영비로 쓸 수 있다. 설립을 주장하는 이 공익법인은 보상금을 다른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부작용 발생 확률도 있다.
8년을 끌어온 만큼 직업병 직접 피해자와 가족위는 빠른 보상을 위해 삼성전자의 제안을 환영하고 있다. 오랜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은 하루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부분은 존재한다. 바로 피해자들이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보상위원회는 조정위가 권고안 내용 가운데 보상의 원칙과 기준, 대상 등을 대부분 수용해 삼성전자가 마련한 보상안을 근거로 설립됐다.
이를 통해 먼저 피해보상을 해결하고 이후에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은 직업병 관련 문제를 진행해 가야한다. 삼성전자가 조정위의 권고안을 받아드린 만큼 반올림 역시 자신들의 고집을 꺽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