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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길들이기?…'공룡의 비극' 예방주사다

2015-09-08 09:2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황근 선문대 교수
최근 몇 가지 현상들을 보면, 정부가 ‘인터넷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넷 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취재 및 편집인력 요건을 높여 6,000여개에 이르는 인터넷신문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마침 때맞춰 광고주협회가 ‘유사언론’ 리스트를 발표했다. 거룩하게 ‘유사언론’이지 기사로 광고 영업하는 ‘사이비 언론’을 말하는 것 같다. 거기에는 알만한 메이저 신문사들과 종합편성채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다수는 인터넷 언론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 광고관련 4단체는 ‘인터넷 포털’에게 언론사로서의 책임을 부여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입법청원안을 제출하였다. “최근 뉴스 품질이 낮아진 근본 원인이 포털이나 인터넷 신문들이 저널리즘 책무를 도외시하고 클릭 경쟁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 중개자 기능을 넘어 사실상 편집권을 행사하는 포털에 대해 신문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여의도 연구원’의 포털뉴스 성향분석결과를 발표하고, 포털뉴스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물론 야당은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음모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미디어 정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건전한 언론환경 조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이 역시 탐욕스러운 정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과의 전쟁’이 아니라 ‘인터넷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전쟁’ 말이다.

   
▲ 자표출처=여의도연구원
물론 기존 언론사들이 인터넷 공간으로 진입하거나 인터넷이 기존 언론사들을 흡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Chicago Tribune’이나 ‘LA Times’는 이미 문을 닫았고, ‘Washington Post’는 Amazon에 흡수되어 버렸다. 기존 언론사들은 인터넷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지만 오랫동안 고수해온 속성들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사들은 더욱 고민스럽다. 언론뿐 아니라 모든 것을 무차별로 삼켜버리는 거대 공룡 인터넷 포털의 위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이 포털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존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만큼 부작용이나 갈등도 적지 않다. 의료업, 부동산업계 등 오프라인영역과의 갈등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향후 오프라인과 연계된 사물인터넷(IOT)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 갈등은 더 증폭될 것이다. 언론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포털들은 언론사들의 뉴스를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인터넷 포털은 이미 모든 국민들에게 언론매체로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조사결과들은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기존 언론사들보다 도리어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기사가 좋은 자리에 배열되거나 더 많이 클릭되기 위해 ‘좀 더 섹시하고(?) 엽기적인 낚시성 제목’을 다는데 골몰하고 있다.

분명 포털은 뉴스 생산자는 아니지만 뉴스 공급자로서 어느 언론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부가통신사업자인 인터넷 포털에 대한 언론행위 규제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언론사로서의 책무는 물론이고 뉴스와 광고의 엄격한 분리, 질적·양적으로 어떤 내용규제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렇다고 소유·겸영, 시장점유율 같은 경제규제도 받지 않는다.

   
▲ 자료출처=여의도연구원
결과적으로 규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인터넷 포털의 위력은 대단하다. 일부에서는 돌연변이처럼 성장하는 인터넷 포털을 보고 ‘공룡의 비극’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언론사들이나 광고관련 단체들의 비판이나 요구가 전혀 근거 없다거나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쉽게 치부할 수 없다. 더구나 언론사들보다 더 큰 언론 권력을 누리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윤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언론사가 아닙니다’라는 포털사들의 강변은 후안무치해 보이기까지 한다.

때문에 이제 포털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지만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합리적 논의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을 개선한다고 추진한 정책들이 도리어 포털을 더 심각한 정쟁의 수렁으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참여정부 내내 줄기차게 추진했던 ‘조·중·동 신문과의 전쟁’이 결국 정권말기 황당하기 그지없는 ‘기자실 대못 박기’를 연출해냈고, 정권교체 후 엄청난 정치적 역풍에 휘말렸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규제 역시 정치색을 배제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정당성과 합리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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