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우리나라 국회는 시장친화적일까, 시장적대적일까?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활동하지 말고 그냥 봉급만 받아가는 것이 좋을까? 국회의원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는 전자(前者)에 치중하고 있다. 즉 국회 본회의에 얼마나 열심히 출석했는지, 의안은 몇 개나 발의했는지 등등 국회의원의 근면·성실성 위주의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평가는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근면성실하게 국회본회의에 참석하여 표결에 적극 참여하고 또 의안을 많이 발의하더라도 그것들이 시장원리에 반하고 경제주체들의 발목을 잡는 법률들이라면 결코 바람직한 의정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적대적인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냥 복지부동하는 편이 낫다.
자유경제원에서는 19대 국회 개원부터 2014년 4월 30일까지, 즉 19대 국회 전반 2년 동안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의안 중 시장과 기업, 노동, 복지 등 경제관련 의안 337개를 대상으로 국회의원들의 투표행위를 조사·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19대 국회가 매우 시장적대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 19대 국회 전반의 시장친화 정도는 참담하다. 시장 좌파를 겨우 면한 중도좌파 국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우파 정당이라 하는 새누리당조차 시장 좌파 정당을 겨우 모면할 정도다./사진=미디어펜 |
우선 분석 대상 337개 의안이 시장친화적인가 아니면 시장적대적인가를 살펴보았다. 총 337개 의안 중 31.2%인 105건 만이 시장친화적 의안이고, 나머지 68.6%인 232건은 반시장적 의안이다. 국회에서 가결되는 의안 중 3분의 2 이상이 시장적대적인 의안인 셈이다. 법안을 제·개정하면 할수록 반시장적 법률만 만들어내니 활동하지 말고 차라리 복지부동하는 편이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시장친화적인지 시장적대적인지를 판단하는 지수를 '시장친화지수’라고 한다. 시장친화지수란 간단히 말해 각 국회의원이 시장친화적 투표를 했는지 아니면 반시장적 투표를 했는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이 시장친화지수는 0~100까지로 표시되는데, 시장친화지수가 50을 넘으면 시장친화적이고, 50미만이면 반시장적이라 평가된다.
19대 국회 전반 2년의 시장친화지수는 겨우 34.3으로 매우 반시장적이다.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이 37.8로 상대적으로 높고, 새정치민주연합 30.6, 정의당이 24.8이다. 이렇듯 19대 국회에서 모든 정당의 시장친화지수 값이 50에 크게 못미치는 것은 모든 정당이 반시장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경제를 판단기준으로 하여 이념지향을 보자면 새누리당은 좌파에 가까운 중도좌파 정당이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좌파 정당으로 볼 수 있다.
시장친화지수 산출 대상이 되었던 19대 국회의원은 총 270명이다. 전체 의원 중 투표횟수가 현저히 낮거나(전체 투표횟수의 30% 미만) 한 경우 등은 지수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제외했기 때문이다. 270명의 국회의원 중 좌파(시장친화지수 33.3 미만)은 100명으로 전체의 37.0%를 차지하며, 중도좌파(33.3 이상~50.0 미만) 의원은 170명으로 전체의 63.0%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 100%가 이른바 '범좌파’에 속하며, 우파 의원은 물론 중도우파 의원조차 한 명도 없는 것이 19대 국회다.
▲ 자유경제원이 분석한 19대 국회 337개 의안 중 31.2%인 105건 만이 시장친화적 의안이고, 나머지 68.6%인 232건은 반시장적 의안이다. 국회에서 가결되는 의안 중 3분의 2 이상이 시장적대적인 의안인 셈이다./사진=미디어펜 |
국회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를 보면 가장 높은 의원이 새누리당의 박상은 의원(인천중구동구)으로 시장친화지수는 49.0이다. 그 뒤를 김재경, 주호영, 심재철, 이한구 의원 등이 잇고 있으며, 시장친화지수 상위 10위에 속하는 의원 모두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다.
반면 시장친화지수가 가장 낮은 반시장적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광진 의원(비례대표)으로 시장친화지수는 13.1이다. 김 의원은 총 61회의 투표행위를 했는데, 시장친화적 투표는 겨우 8회인 반면에 반시장적 투표는 무려 53회에 달한다. 남인순, 장하나, 은수미, 한정애 의원 등이 김광진 의원에 이어 반시장적 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친화지수 하위 10위에 속하는 의원들을 살펴보면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며, 또 대부분이 비례대표 의원들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를 늘려야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시장친화지수 결과를 놓고 본다면, 과연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서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에는 특히 시장적대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새누리당의 경우 당 전체의 시장친화지수와 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가 37.8로 동일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는 당 전체의 시장친화지수는 30.6인데 반해 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24.9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비례대표의 시장친화성이 당 전체와 부합하는 데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는 비례대표의 시장친화성이 당 전체에 비해 훨씬 낮다. 더구나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 24.9는 새정치민주연합보다 훨씬 좌파적이라 평가되는 정의당의 시장친화지수 25.4보다도 낮다.
▲ 국회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를 보면 가장 높은 의원이 새누리당의 박상은 의원(인천중구동구)으로 시장친화지수는 49.0이다. 그 뒤를 김재경, 주호영, 심재철, 이한구 의원 등이 잇고 있으며, 시장친화지수 상위 10위에 속하는 의원 모두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다./사진=미디어펜 |
당선횟수, 즉 선수에 따른 구별은 크지 않다. 초선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33.8이고, 2선 이상 다선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34.7이다. 다선의원들을 다시 재선, 3선, 4선 이상으로 나누어 분석해본 결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의원 경력과 시장친화정도는 별로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이상 살펴보았듯이 19대 국회 전반의 시장친화 정도는 참담하다. 시장 좌파를 겨우 면한 중도좌파 국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우파 정당이라 하는 새누리당조차 시장 좌파 정당을 겨우 모면할 정도이고, 국회의원 개인별로 볼 때도 중도 우파 의원조차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만약 19대 국회 후반에도 전반과 마찬가지로 이 정도로 시장적대적인 국회라면 차라리 복지부동하는 것이 낫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이 글은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이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세상일침’ 게시판에 기고한 글입니다. 자유경제원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