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데자뷔’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개원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22대 국회를 설명하는 용어로 자주 쓰인다. 아직 첫 본회의조차 열리지 않았지만, 22대 국회의 미래가 '식물 국회'로 귀결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는 21대 국회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고 '무한 정쟁'이라는 악몽이 재현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개원한 22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의 연장선으로 출발했다. 야당은 의석수 192석으로 더 강력해진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치 지형이 변하지 않아 전반적인 상황도 21대 국회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21대 국회 전반기와 같이 원 구성 협상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들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어김없이 힘겨루기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맞춰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여당은 ‘관례’ 존중을 요구하고 있으며, 법과 원칙을 앞세운 의사결정을 비판했던 민주당은 오히려 법정 시한을 운운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가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이들이 협치를 위해 양보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보인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DB
여야는 22대 국회 첫 일성으로 ‘민생’을 외쳤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대화와 타협은 거리감부터 느껴진다.
21대 국회에서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이다.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17개를 독식한 결과 정권을 빼앗겼음에도 상임위 독식을 시사하고 있다.
빈번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불통’ ‘독선’으로 낙인찍혔던 여당도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총선에서 참패하고 쇄신의 필요성이 대두됐음에도 22대 국회가 시작되자 자성의 목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들은 개원 첫날부터 ‘단일대오’를 외치고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원내 제3당도 정의당에서 조국혁신당으로 바뀌었을 뿐 21대 국회에서 나타났던 무용함은 변함없다. 이들은 교섭단체 지위를 요구하거나 제3당으로서 존중받기만을 촉구할 뿐 정치적 역할은 소홀하다.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로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중재에 나서기보다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정쟁과 방관으로 얼룩졌던 21대 국회가 재현되고 있음에도,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을 각각 1호 법안으로 재발의했다. 정치 구도도, 여야의 태도도 변하지 않은 탓에 해당 법안들의 운명에는 먹구름만 가득하다. 또 역대 국회 최저 법안 처리율 35.1%의 오명 답습도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따라서 여야가 진심으로 민생을 위한다면 법안만 재발의 할 것이 아니라 예고된 ‘도돌이표 정치’와 결별이 우선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용기 있는 결단을 통해 22대 국회에서는 정쟁과 남 탓에 빠져 민생을 놓치는 악몽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