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저출산, 대체 식품 수요 증가 등으로 음용유 수요가 줄고 있지만, 원유 가격은 매해 인상되고 있는데, 올해 다시 리터당 26원 인상 소식이 들리자, 소비자단체가 정부의 ‘생산비연동제’가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원유가격이 오르면 보통 마시는 흰 우유는 물론, 각종 유제품과 빵, 아이스크림 등 생활 물가가 줄줄이 폭등한다. 원윳값 인상은 고물가 민생고를 더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고 인상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본래 수요-공급의 시장 질서에 따르면, 수요가 줄어든 원유가격은 내려가야 하나, 원윳값은 3년간 매해 상승했다. 생산비 연동제라는 정책실패가 만들어 낸 기형적 결과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원윳값이 인상된 3년 동안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도 손쉬운 멸균우유 수입량은 3.3배 증가했다. 그러나 원유쿼터제로 인해 유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원유를 일정량 구매해야 한다.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은 당연히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최종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또한 이들은 “획일적 원유 가격 인상은 낙농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시키고 후퇴시킨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아도 수입, 매출, 판매량이 보장되는 구조에서, 어떤 시장 주체가 혁신과 비용 절감에 나서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애당초 원윳값을 협상하는 낙농진흥회가 구성하는 소위원회도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소의원회는 유업계 대표 3명, 낙농업계 대표 3명, 낙농진흥회 이사 1명으로 총 7명이 원윳값을 결정한다. 이에 일반 국민, 절대다수 소비자의 목소리는 대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소비자는 이른바 ‘흰 우유 3000원 시대’에 동의하지 않는다. 리터당 우유 가격 세계 6위의 오명도 무역대국 대한민국 실정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일본은 43위이고 미국은 73위다. 납득할 국민은 극소수다”라고 덧붙였다.
낙농진흥회는 소의원회를 구성해 6월 11일 첫 협상을 개시한 뒤, 6월 한 달 동안 협상 소위원회를 운영한다. 다만, 협상에 진척이 없는 경우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협상 소위원회 협상 결과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원유기본가격은 올해 8월, 원유량은 2025년 1월부터 적용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엄중한 물가 상황을 감안해 생산자, 유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원유기본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및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철폐된다. 따라서 현행 생산비 연동제와 쿼터제는 지속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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