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 온 종합부동산세·상속세·법인세 등을 개편해 조세체계를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징벌적 조세' '이중과세'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고, 상속세는 성실한 납세의무를 다 한 후 남은 재산을 상속할 때 세금을 다시 부과한다는 '이중과세' 논란이 있다. 또 법인세는 과도한 과세로 기업의 영리행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는 데 있어서 정치권의 협조도 가능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개선 목소리가 나오는 세 가지 세제의 쟁점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를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에 속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2년 최대 법인세율이 25%에서 24%로 1%p(포인트) 낮아졌지만 재계 내에서는 이 정도 인하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26.4%로 OECD 상위권에 속하면서 재계 내에서 법인세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내 법인세율 최대 26.4%…OECD 평균보다 2.8%p ↑
14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법인세 명목 최대세율은 24%로 지방세를 포함하면 26.4%다. 2022년 27.5%보다는 낮아진 수치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내에서는 높은 수준에 속한다. 2023년 기준 OECD 38개국 중에 11위를 기록했다. 또 OECD 평균인 23.6%보다도 2.8%p 높았다.
G7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는 세 곳에 불과했다. 독일(29.9%)·일본(29.7%)·이탈리아(27.8%)는 우리나라보다 최대 법인세율이 높았지만 캐나다(26.2%)·미국(25.8%)·프랑스(25.8%)·영국(25%)은 낮았다.
이외에도 네덜란드(25.8%)·스페인(25%)·벨기에(25%)·룩셈부르크(24.9%)·오스트리아(24%)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보다도 높았다.
이처럼 높은 법인세율의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용도 줄어들고 결국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큰 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높은 법인세율까지 유지된다면 기업들은 계획된 투자까지도 늦추거나 취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까지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계 내에서도 법인세에 따른 투자 위축을 부른다는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다. 황상현 상명대학교 교수의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이 1%p 인상되면 총자산 대비 투자는 5.66%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들이 자국 투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법인세율을 비롯해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요인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법인세율 낮추고 과세 구간도 단순화 필요
재계 내에서도 법인세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최대 법인세율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22% 수준까지는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법인세 과세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4단계의 초과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OECD 주요 국가들의 과세 구간은 1~2단계에 불과하다. 과세 구간이 3단계인 국가는 룩셈부르크가 유일했으며,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과세 구간을 갖고 있는 국가도 코스타리카(5단계)뿐이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율 인하가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법인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기업 실적에 따라 변동성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올해 4월까지 들어온 법인세는 22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조8000억 원(35.9%) 감소했는데 이는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법인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조세경쟁력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수준의 경제 규모(GDP 기준)를 자랑하고 있으나, 조세경쟁력은 26위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 유력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법인세를 더 낮추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투자 등 경영 활동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법인세 인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