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포스코그룹의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항햔 혁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를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핵심이 되는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에 앞으로 자원과 역량을 한층 더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방진철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 소재 총괄 상무는 25일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스코그룹이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가 핵심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철강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이차전지 소재에서도 차세대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전경./사진=포스코그룹 제공
◆‘꿈의 기술’ 수소환원제철 개발 속도
포스코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어 ‘꿈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4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역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포스코는 기존 파이넥스(FINEX) 기술에서 수소환원제철의 답을 찾았다. 파이넥스는 환원제로 수소 25%, 일산화탄소 75%를 사용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수소를 100%까지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러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하이렉스(HyREX)로 명명했다. 파이넥스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한다는 의미다.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보면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순차적으로 수소와 반응시켜 직접 환원철(DRI)로 생산한 후 ESF 전기용융로에서 용융한 용선으로 탄소 감축 제품을 생산한다.
배진찬 포스코 하이렉스 추진반장 상무는 “포스코는 이미 2003년부터 20년 이상 파이넥스를 가동해 왔고, 현재도 연간 35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미 포스코는 하이렉스의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파이넥스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높이 80미터의 파이넥스 설비에서 압도감이 느껴졌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쇳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쇳물 온도는 약 1500도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파이넥스에서 나온 쇳물은 대탕도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쇳물은 대탕도를 따라 계속 흘러가 하공정으로 이동하게 되며, 슬래그는 분리돼 배출된다.
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하루에 5000톤의 쇳물이 생산되고 있다”며 “쇳물과 슬래그는 밀도 차이로 분리되는데 슬래그는 버려지는 게 아니라 시멘트 원료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에서 쇳물이 출선되고 있다./사진=포스코그룹 제공
또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할 수 있는 전기용융로 시험설비(Pilot ESF)도 볼 수 있었다. 외부에 이 설비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설비는 시간당 최대 1톤의 용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해 7월 제작해 올해 1월 완공했다. 안정적인 조업과 테스트를 통해 올해 4월 첫 출선에 성공해 총 15톤의 쇳물을 뽑아냈다. 포스코가 빠르게 ESF를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룹사인 SNNC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합금철 ESF를 운영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SF 설비는 시험설비다 보니 기존 설비보다 30분의 1 수준으로 제작됐다. 시험설비이기 때문에 2~3개월 주기로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분석을 진행한다. 이날 설비는 가동을 멈추고 있었으나 용접을 통한 설비 수리가 진행 중이었다.
박재훈 포스코 전기로연구그룹장은 “이 설비는 최종적으로 상용화 설비를 만들기 위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동차강판 등 고급강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고 언급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핵심 전기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연산 30만 톤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신규 설비를 놓을 부지 확보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앞 바다를 매립해 신규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성공한다면 전 세계 철강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며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로 대표되는 신철기시대를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직원이 공장 내 소성로에서 양극활물질 제조를 위한 고온 열처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포스코그룹 제공
◆“위기가 기회”…전기차 성장 둔화에도 이차전지 소재 투자 지속
포스코그룹은 철강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에서도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리튬과 니켈로 대표되는 이차전지 소재 원료와 양·음극재, 재활용까지 사업 분야별로 생산능력을 갖춰가면서 풀밸류체인을 보다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포스코그룹의 광양 이차전지 소재 콤플렉스에서는 풀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콤플렉스는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양극재공장,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이차전지용 수산화리튬 공장, 포스코HY클린메탈의 폐이차전지 리사이클 공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도보로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가깝다.
먼저 찾은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1공장은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에 들어설 때 에어샤워를 통해 외부 이물질을 차단했으며, 원료가 입고될 때에도 에어샤워 후에 입고되면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습도도 안정적으로 관리돼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극재 특성상 이물질과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양극재공장 내에서는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핵심 공정인 소성로도 볼 수 있었다. 소성로는 700도에서 900도 사이의 열을 통해 서로 다른 물질을 섞는 작업이 진행돼 근처에 가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광양 양극재 1공장은 연간 3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광양 양극재 2공장(연산 6만 톤)과 합치면 연간 9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양극재 생산공장이다.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 공정을 거쳐 생산한 이차전지 소재 제품./사진=포스코그룹 제공
이어 방문한 곳은 포스코HY클린메탈이었다. 이곳에서는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통해 유가금속 자원을 뽑아낸다. 공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원료창고가 눈에 들어왔는데 블랙매스 1400톤이 쌓여 있었다. 이는 포스코HY클린메탈이 6주 간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양으로 창고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블랙매스는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스크랩 및 폐배터리를 파쇄해 선별 채취한 검은색 분말로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고가의 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블랙매스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다시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데 활용하거나 외부에도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 블랙매스를 황산에 녹이게 되고 여기서 용매 추출을 통해 떠오르는 금속을 거둬내는 방식으로 금속을 추출하며, 이후 결정화 과정을 거쳐 분말 형태로 유가금속을 뽑아낸다.
김지훈 포스코HY클린메탈 마케팅팀장은 “전량 전지에 들어갈 수 있는 높은 품질의 금속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처리되는 폐배터리는 자동차 8만5000대에서 10만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2공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호주 광석리튬을 기반으로 이차전지 소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1공장은 지난 4월 수산화리튬 28톤을 이차전지 소재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고객사에 처음으로 공급하면서 순조롭게 조업을 이어오고 있다.
1공장 바로 옆에 2공장이 들어서게 되는데 두 공장 합쳐 연간 4만30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전기차 약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소재 관련해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수요 감소(캐즘)에 직면했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방진철 포스코홀딩스 상무는 “삼원계 이차전지 기술은 고도화하는 동시에 저가 전기차 대응을 위해 LFP 소재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전기차 캐즘 현상을 기회로 삼아 이차전지 소재 풀밸류체인을 완성하고 기술뿐 아니라 생산 규모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