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 |
사립유치원의 공립화에 대한 고민
서론
학부모로서 ‘사유재산공적이용료’에 관해 논하기는 어렵다. 그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고 사립유치원의 재정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대두된 배경인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이를 위한 사립유치원의 공립화에 대해서는 학부모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2년부터 만5세 누리과정을 도입하고, 2013년에는 만 3~5세까지 확대, 전계층 무상교육을 실사하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 되어 있던 유아교육과정을 누리과정으로 통합하고 누리과정을 진행하는 사립유치원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정부는 사립유치원을 통해 무상교육 정책을 수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은 낮은데 비해, 교육과정에 대한 통제와 유치원비 인상 제한 등 정부의 규제와 간섭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사립유치원은 사적 재산이 투입된 사립유치원이 공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니, ‘사유재산공적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공립화’가 우리 아이들과 한국사회를 위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국공립유치원과 누리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논의를 하려 한다.
1. 국공립유치원은 왜 존재하는가?
(1) 국공 vs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 지원금 비교
▲ 표1. 학부모 부담금 현황. 교육과정 교육비에는 1회성 경비인 입학, 졸업경비가 포함된다. (단위: 원/월/원아 1인당) |
▲ 표2. 교직원 인건비 포함 원아 1인당 교육비 현황. |
유치원알리미에 올라온 2015년 2월 유치원정보공시에 따르면, 공립단설 유치원은 원아 1인당 420,730원을, 공립병설은 267,690원을 사립유치원보다 정부로부터 더 지원 받고 있다. 연 평균으로 계산하면 원아 1인 당 단설은 5,048,760원, 병설은 3,212,280원이 더 들어간다.
(2)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유가 ‘운’이 좋아서?
많게는 연간 500만원 적게는 300만원의 지원을 더 받는 국공립유치원은 누가 다녀야 할까? 현재는 추첨제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결국, 운에 맡겨진 셈이다.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자녀에게 필요한 유아교육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교육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저소득층 우선권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는 추첨제를 통해 결정된다. 보통 28명의 정원을 모집하면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가 추첨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쓰여야 하는 세금이 운이 좋은 몇 명의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투자되는 것이 과연
옳은 모습인지 모르겠다.
2.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것이 대안인가?
(1) 늘어가는 국공립유치원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을 늘려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된다. 실제 정부는 2017년까지 국공립 비율을 50%까지 확대한다(교육부, 2012)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며, 2008년 100여개였던 공립 단설유치원은 2014년 230여개로 증가했다.
(2)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
그러나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유치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사립 간 교육료 실부담액이 차이가 없다고 할 때 사립유치원을 선호하는 학부모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두 기관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에 대해 만족하는 학부모의 비율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조사대상:대구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3년 이하 학부모 1,000명 Q. 공사립유치원 교육비 부담이 동일하다면 선택할 유치원 형태 Q. 공사립 유치원 [교육의 질 서비스]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 설문조사 : 육아정책연구원의 유치원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공립병설유치원의 학부모 중 88.3%가 담임교사에 대해서 만족하였으나 단설(91.9%), 사립법인(90.2%), 사립개인(90.8%)에 비해 다소 낮았음. ▶불만족하였던 학부모의 41.2%는 교사가 ‘개별 아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16.7%는 교사가 ‘교육활동보다 다른 업무에 바빠서’라고 응답한 경우도 있음. *자료인용-유야교육 관련 국회 정책토론회 자료(김우철 서울시립대, 유아교육정책의 당면과제와 개선방안) |
(3)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엄마들의 불만
- 1년 뒤 재추첨해야 한다.
- 영업수업도 없고 특별활동도 많지 않다.
- 홈페이지를 갖추지 않는 등 교사와 소통하기 어렵다.
3. 누리과정으로 오히려 특별활동이 강조되는 유아교육
(1) 누리과정을 잘 가르친다고 홍보하는 유치원은 없어
누리과정은 신체운동·건강/의사소통/사회관계/예술경험/자연탐구 등 5개 영역으로 구분되고, 각 연령의 발달에 맞는 교육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유아의 전인 발달을 이루기 위해 기본생활 습관과 바른 인성을 기르고, 자율성과 창의성의 발달을 중점에 두고 있다고 교육부는 설명한다.
누리과정은 유아기에 익혀야 할 학습과 생활의 기본을 담고 있고, 이에 대한 교육이 유치원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누리과정이 보급되기 전에도 유치원에서는 각기 프로그램을 통해 이와 유사한 학습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강제에 의한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누리과정을 지도하기 위해 필요한 교구, 학습방안 등을 개발하기보다, 국가에서 정해준 내용과 방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또 엄마들 역시 누리과정은 어느 유치원에 가나 똑같이 시행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특별활동이 화려한(?) 유치원을 선호한다.
정작 중요한 교과과정은 경시되고 특별활동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음악, 체육, 미술 등 특기는 아이가 흥미를 느낄 때 해야 교육효과가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런 특별활동이 아이의 흥미와 상관없이 제시되고, 엄마들의 선택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2) 영어교육이 빠진 누리과정
국공립을 보내는 엄마들의 불만 중 하나는 영어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공립에 들어가도 어차피 영어를 따로 공부시켜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슷비슷하다는 엄마들도 있다.
영어는 이제 우리 사회에도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이 되었다. 영어격차가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는 ‘잉글리쉬 디바이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아영어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유아영어교육에 관한 논문(유진희, 2011)에 따르며, 유아교육 기관에서 96%가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내세운 정부는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필자는 정부가 ‘생에 초기 출발선의 평등’이라는 유아교육의 목표로 제시한 가치를 꼭 이루고자 한다면,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이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세를 위해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이니라, 영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달라지고 그만큼 선택의 기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언어는 따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야 한다. 유아 영어교육 역시 유아교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될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영어와 언어를 분리하여 학습하는 데서 오는 학습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 많게는 연간 500만원 적게는 300만원의 지원을 더 받는 국공립유치원은 누가 다녀야 할까? 현재는 추첨제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결국, 운에 맡겨진 셈이다. |
4. 이 밖의 문제점
이 밖에도 무상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은 현재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데, 어떤 성과가 있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공교육화를 추진하면서도 공교육을 통해 얻고자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비전 등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도입 전에 그간의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졸업생을 바탕으로 타당한 연구가 선행되고 그에 맞는 목표 등을 설정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듯하다.
또 ‘공교육의 붕괴’ 이야기가 우리사회 주요 문제로 대두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공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많은 연구와 또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공교육의 문제점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 불구하고 그 대상을 유아교육까지 확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공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무상보육 재정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다툼이 벌어진다.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된다면, 유아교육의 질은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5. 결론
많은 학자들이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모들 역시 유아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유아교육을 제공하는 민간 시장도 많이 커졌다. 그러나 소득에 따라 유아교육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 차이를 견딜 수 없어하는 국민 정서와 정치인들의 무상보육이라는 선심성 공약이 결합되어, ‘생애 초기 출발선의 평등’이라는 거창하면서도 무서운 목표가 설정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차별적인 교육을 받지 않도록 국가가 평등하게 교육해 주겠다는 이 목표는 몇 몇 운 좋은 아이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가, 전체 유아를 대상으로, 최고 교육을, 영원히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돈이 부족하고 국가라는 주체는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데 시장보다 실력이 부족하다.
이화여대 부속유치원, 삼육대 부속유치원 등은 최고로 꼽히는 사립유치원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최고의 사립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유치원이 설립되기 힘든 지역에 유치원을 설립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또 유아교육의 방향과 내용의 기본 틀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엄마들의 불만도 많다. 또 한 달에 40만 원 정도의 유치원비는 실제 가계의 큰 부담이다. 그러나 무상교육과 정부주도의 공교육화가 내가 아이가 자라는 데 좋은 토양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안은 좋은 유치원들이 많이 나오고 가격경쟁 일어나는 것이다. 아이들의 지적호기심을 열어주고 탐구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한 곳은 그만큼 수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유치원은 도태되는 시장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상교육’ ‘평등교육’이 필요하다는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나보다 더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기보다, 내가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아이를 기르고, 또 내 아이 역시 현재의 조건에 만족하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로 기르겠다는 부모의 자존심이 유아교육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