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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발 '10월 헌재 마비설', 민주당 요구카드에 달렸다

2024-08-10 11:15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는 10월 17일이면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의 임기가 종료돼 헌법재판소의 심리 정족수(재판관 7명 이상 출석)를 채우지 못해 업무가 마비된다는 '10월 헌법재판소 마비설'이 정치권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결심하기에 따라 연출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아보인다.

'10월 헌재 마비설'을 본격적으로 제기한건 여권에서다. 야당의 속내, 또는 전략을 사전에 알려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장동혁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은 지난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고 지금 야당 모습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헌재로 넘어가 있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의 경우, 6개월 안에 심판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헌재재판관 공백 사태가 나면 물리적으로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조기 복귀를 막기 위해 최대한 헌재 구성을 늦추겠다는 그런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10월 17일 임기가 종료되는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 민주당이 후임 추천을 거부하면 전체 9명 재판관 중 6명만 남게 되어 심리 정족수 7명이 미달되고, 헌재는 사실상 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2023년 7월 25일 당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사고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앞서 민주당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에 나선 것도 '10월 헌재 마비'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후문이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리에 걸림돌이 되는 검사들을 '직무 정지' 상태로 만든 후 헌재를 마비시켜, 이 전 대표 사법리스크 수사와 재판 진행 등에 대한 '식물화'를 꾀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9월 20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몫인 이은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고, 10월 17일에는 김기영(민주당 추천) 재판관-이종석(자유한국당 추천) 재판관-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다.

이은애 재판관 후임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해 정상적으로 선출 임명되겠지만, 국회 몫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따로 없다.

통상적으로 여당 추천 1인-야당 추천 1인-여야 합의 1인 등으로 3인을 정하지만, 이는 관례에 불과하다. 선출 절차 규정이 없어 강제력이 없다.

총 300석 중 170석을 갖고 있어 국회를 손에 쥐고 있는 민주당에서 반대하고 나서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중 단 한 명도 지명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데 합의하는 조건으로, 일종의 특정 조건(3명 중 2명을 민주당이 추천하는 안 등)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협상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관례를 깨는) 특정안을 요구할 가능성이다.

현재 헌법재판관 구도는 보수 2명-중도 3명-진보 4명이지만, 조 대법원장이 보수 성향의 재판관으로 교체하면 보수 3명-중도 3명-진보 3명으로 바뀐다.

10월 17일 임기가 종료되는 재판관 3명의 성향을 고려하면 보수 2명-중도 2명-진보 2명으로 바뀌는데, 민주당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보수 3명-중도 2명-진보 4명으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10월 헌재 마비설'에 대해 '여당의 정치모략, 언론 플레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민주당이 추진해온 탄핵소추안의 정당성을 떨어뜨려 국민들로부터 민주당이 비판받게 만들려는 정치적 모략"이라며 "당에서는 그런걸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동훈 대표 최측근인 장동혁 의원으로부터 나온 것을 보면 일종의 언론플레이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10월에 가서 고의적으로 추천을 질질 끈다면 국민과 언론의 비판이 쏟아질텐데 그걸 그렇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해당 공직자의 직무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무기한 정지된다. 민주당 당 대표를 연임할 것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탄핵된 공직자들의 직무 정지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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