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안세영이 드디어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작심 발언'으로 크게 논란을 불러 일으킨 후 침묵하던 '배드민턴 여제'는 자신의 생각과 바라는 점 등을 정리한 입장문을 내놓았다.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개인 SNS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지난 5일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적인 말로 직격한 지 11일 만에 내놓은 공식 입장이었다.
우선 안세영은 감사 인사부터 했다. 그는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 도움을 받은 많은 사람들, 가족, 지도자와 동료 선후배, 소속팀, 응원해준 팬들에게 두루 감사를 전했다.
파리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안세영. 당시 답변을 조심스러워했던 안세영은 16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사진=더팩트 제공
이어 안세영은 자신의 발언이 부른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발언의 파장으로 올림픽에 참가해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준 점에 대해 올림픽 관계자와 선수들에게 사과했고, 심려를 끼친 국민들에게도 사과했다.
자신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했다. 그는 "제가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꿔 나갔으면 하는 것"이라며 "특히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란다.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다"고 작심발언의 배경이 된 선수들 부상 관리 문제를 짚었다.
안세영은 자신이 한 발언으로 바랐던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순간 아니다, 나쁘다,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다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해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좁히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돼 주기를 바라는 것 뿐"이라고 했다.
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 파악에 나선 것을 "다행"이라고 한 안세영은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점차 규정과 시스템이 바뀌며 변화해 나간다면 저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수들도 조금 더 운동에 집중하고 케어 받는 환경에서 운동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문체부와 체육회에 바라는 것이 있단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안세영은 '선수'로서 약속도 했다. 그는 "저는 지금 발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재활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 선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안세영은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다"면서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자칫하면 배드민턴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무섭게 밀려든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국민분들의 응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쓰게 됐다"고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한 안세영. 이후 그는 소위 '작심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홈페이지
[안세영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안세영입니다.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영광까지 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동생 그리고 가족들, 못난 제자지만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저와 인연을 맺은 감사한 동료 선후배들, 선수촌에서 케어해주시고 끼니도 챙겨 주시며 응원해주신 모든 선수촌 식구들, 마지막까지 훈련해준 파트너들, 든든한 소속팀, 그리고 이것을 때나 쫓을 때나 저에게 힘을 주신 국민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의 염원과 응원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스무살이 넘었지만 그 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 분들께 죄송합니다.
현재 저에 관한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제가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꿔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랍니다.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습니다.
'너만 그런 거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 '그게 안된다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라는 말 한마디라도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배드민턴이 비인기종목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고, 재능 있는 인재도 많이 유입될 것입니다. 건강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국민 분들의 따뜻한 응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협회의 성과일 것이고, 이런 행복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순간 아니다, 나쁘다,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다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해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좁히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 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 뿐입니다.
다행히도 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을 파악하실 것이라는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점차 규정과 시스템이 바뀌며 변화해 나간다면 저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수들도 조금 더 운동에 집중하고 케어 받는 환경에서 운동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체부와 체육회에서 한 차례 바라는 것이 있단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합니다.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배드민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배드민턴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 격려를 해주실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발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재활을 잘 마무리 하고 저는 다시 선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이고 모자란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자칫하면 배드민턴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무섭게 밀려듭니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국민분들의 응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세영 올림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