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율 산정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산정주기 등에 대한 논의를 연말로 미루면서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결국 내년에도 카드수수료율이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더 이상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돼왔으나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올해 재산정 주기가 돌아오게 됐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 회의를 열고 신용카드업과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금융위와 카드업계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대금지급주기 단축, 전자문서 전환을 통한 관리비 절감, 신용카드업 상생 기반 마련 등에 대해 협의했으나 핵심 쟁점 사안인 적격비용 산정주기에 대해서는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적격비용 절감 가능성 및 인하 여력 등을 살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2022년 2월 적격비용 산정 체계를 논의하는 TF를 꾸리고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개선안을 내놓지 못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TF는 2022년 10월 수수료에 대한 결론을 내야했으나 그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채권시장 불안정 등을 이유로 개선안 도출이 미뤄졌다.
카드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금융당국에서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명예회장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마트업계에서는 카드수수료가 임대료를 웃돈다는 말이 있다”면서 “신규 마트에 대해서는 현행 최고 수수료율인 2.3%를 적용하는 등 대기업 계열 가맹점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관행과 수수료율 인상 시 가맹점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현동 한국석유유통협회 상근부회장은 “주유업계는 현재 1.5%의 특수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으나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세금인 주유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세제 혜택* 또는 추가적인 수수료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이미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수수료가 낮아질 대로 낮아져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역마진을 보는 상황에 카드수수료 제도개선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종우 카드노조협의회 의장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부담 완화 등 적격비용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한 상황으로 적격비용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단순히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만으로는 카드사의 적자를 악화시키는 현재 구조를 개선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카드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마련한 산정원칙에 따라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에 기반을 두고 3년마다 조정한다.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마케팅비용 등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정해진다.
카드수수료율은 지속해서 하향 조정됐다. 현행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기준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5%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가맹점은 1.1%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1.25%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1.5%를 적용받는다.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총수익 대비 가맹점수수료 수익 비중은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 △2023년 23.2%로 지속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로 보면 20%대 붕괴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보면서 이를 카드론 등 대출로 상쇄해왔으나 연체율 상승 등에 따른 리스크관리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면서 “항상 정치 논리에 따라 수수료가 인하됐는데 정작 가맹점에 돌아가는 이득은 한 달에 몇만원으로 미미하거나 영향이 없고 오히려 이 때문에 대다수 카드회원들의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