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SK와 두산이 나란히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가운데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은 주주총회에서 무난하게 통과가 예상된다. 반면 두산은 주주 반발이 거세지면서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아래에 두는 사업구조 개편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SK 합병안, 국민연금 반대에도 주총 통과 예상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합병안이 승인되면 오는 11월 1일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하게 된다.
재계 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을 소액주주를 고려해 산정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은 1대2 비율로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종 1대1.1917417로 정해졌다. 이는 주주 반발을 고려해 비상장사인 SK E&S의 가치를 대폭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에서도 합병 찬성을 권고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합병에 대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수익구조 안정, 재무구조 강화, 미래 포트폴리오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미국 주요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도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결권 행사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연구소 역시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합병안의 경우 특별결의로 진행돼 주주총회 참석 3분의 2 이상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의 승인이 필요하다. 지주사인 SK㈜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 36.22%로 최대주주로 찬성표를 확보해 놓은 상태이며, 외국인(지분율 20.9%)도 자문기관의 권고에 따라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6.21%)이 합병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다른 기관에서는 찬성표가 유력해 통과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개인 투자자(지분율 24.9%) 표심을 잡기 위해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5일부터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와 네이버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해 시너지 효과와 개인 주주들의 주요질문 및 답변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과 방식으로 합병 관련 시너지와 비전 등에 대해 알릴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의 SK그룹 리밸런싱 작업의 첫발로 의미가 있는 만큼 그룹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합병 이후 신주 발행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일부 의견은 있지만 여전히 합병 찬성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두산밥캣 주식가치 저평가…반발 움직임
SK와 달리 두산은 내달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구조 개편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밑에 있는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는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 1조3900억 원을 낸 알짜배기 회사인 두산밥캣을 만년 적자를 기록 주인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둔다는 점에 대해 논란이 나오고 잇다.
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이 1대 0.63으로 정해지면서 두산밥캣의 주식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합병에 반대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운영사인 컨두잇은 지난 2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창원지법에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명부 열람·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의결관 대리행사를 권유해 두산의 개편안이 부결되도록 힘을 모으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움직임 역시 두산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표하며 반대의견을 냈다. 두산의 사업구조 개편안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더 크게 나오고 있는 만큼 반대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두산 지분율이 30.39%로 낮은 편이다. 2대주주 국민연금은 6.94%를 보유하고 있고, 소액주주 비율도 63.61%로 높다.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내고 소액주주들도 반대의견으로 결집할 경우 안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금융당국에서도 두산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일부 회사의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두산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두산에서는 주주서한을 보내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사업구조 개편안에 대한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SK와 두산의 사업구조 개편안을 놓고 시장 분위기가 다르다”며 “안건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