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오랫동안 경제 성장을 위해 엔저를 유도 또는 용인하는 정책을 펼쳐왔으나, 최근에는 엔저를 견제하는 스탠스로 변했다. 완만한 수준의 엔저 수정이라면 주가 상승 동력은 약화되더라도 실물 경제에는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표한 ‘엔화 환율 변동의 일본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미 물가지표 하락 등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단계적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중앙은행 전경./사진=일본은행 홈페이지 화면 캡처
현 시점 엔/달러 환율은 고점 대비 15엔 가까이 하락해 145엔 내외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미일간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확실해지는 데 따른 추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저는 재화수출 증가, 기업이익 개선, 인바운드 소비 증가, 해외투자소득 확대, 수입물가 상승 경로를 통해 일본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엔저는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최근에는 해외 생산비율 상승과 가격전략 변화 등으로 과거에 비해 수출 가격의 환율 탄력성이 하락했다. 기업이익에 있어서는 연결 재무제표는 엔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해외 사업에서의 이익이 감소하지 않는 한 엔저는 기업이익 증가 및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또 서비스무역수지는 디지털 서비스를 주축으로 하는 기타 서비스 수지의 적자폭이 확대됐으나, 여행수지가 크게 개선되며 적자폭이 축소됐다. 해외투자 소득에 있어서도 경상수지의 흑자 구성이 무역수지에서 소득수지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해외 사업에서의 이익금이 국내 중소기업 또는 가계로의 긍정적인 파급은 제한된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인바운드 관련을 제외하면 엔저의 수혜는 적고 수입비용 증가 부담이 두드러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가계의 실질임금도 2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속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하면 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다만 완만한 수준의 엔저 수장이라면 주가 상승 동력은 약화되더라도 실물 경제에는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가는 8월초 엔/달러 환율의 큰 폭 하락과 더불에 급격한 조정 양상을 보였으나, 미국의 경기 후퇴 우려가 완화되면서 급락 이전 수준을 대체로 회복했다.
실물 경제에는 그동안 엔저의 플러스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되지만, 기업들의 사업 모델 변화 등에 따라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그 정도가 약화돼 현재 엔저의 플러스 효과는 인바운드 소비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는 외화 수급 구조 변화와 일손 부족 등이 급격한 엔저 수정 및 디플레이션 위험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면서 “해외 경제가 감속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내수 성장 견인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