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이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 및 물가 상승으로 급전 수요가 증가한데다 최근 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은 7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계약을 담보로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일정 금액을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신용, 담보 등에 상관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줘 떼일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휴대폰인증, 공인인증, 신용카드 인증 등 간단한 본인 확인만 거치면 된다. 또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없고 소득 기준 대출 규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다만 해지환급금을 당겨쓰는 것으로 보장이 필요할 때 보험료를 온전히 납입하고도 제대로 된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대출 이자를 장기간 미납해 해지환급금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이 해지된다.
이처럼 보험계약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침체, 물가 상승과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속도 조절 주문에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금리를 20차례 이상 올렸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전세대출, 신용대출 한도와 대상을 축소하고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등 앞다퉈 대출을 옥죄고 있다.
또 보험사에서 올해 초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기존 2%에서 1.5% 수준으로 낮추면서 수요가 더 늘었다.
지난 6월 취급된 보험계약대출의 평균 대출금리(금리연동형·확정형 포함)는 연 5.12%로, 지난 1월(5.30%)보다 반년 새 0.18%포인트(p) 떨어졌다.
금리연동형 대출금리는 3.78~4.93%로 △삼성생명 4.7% △한화생명 4.55% △교보생명 4.66% 등이다. 금리확정형 대출금리는 4.24~8.16%로 △삼성생명 8.16% △한화생명 6.63% △교보생명 6.51% 등이다.
보험계약대출과 더불어 카드론의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전월 말(40조6059억원)보다 6207억원(1.53%) 늘었다.
카드론 또한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어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한다. 다만 평균금리가 연 10%대로 높은데다 카드론 이용자 중에는 중저신용자 또는 다중채무자가 많아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갈 곳을 잃은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각 업권별로 풍선효과 차단을 위한 대응과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