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선박가격 ‘고공행진’…해운업계, 선박 발주 놓고 ‘고심’

2024-09-11 15:47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선박가격이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면서 해운업계가 선박 발주에 고심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확대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높은 선가로 인해 선박 발주 시기도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 가격이 낮은 중국 조선소들에게 발주하거나 선박 개조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2023년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1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89.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173.55 대비 9% 상승한 수치다. 최근 5년 내 최저 선가를 기록했던 2020년(126.97)과 비교하면 무려 49% 급상승했다. 

올해 안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2008년 9월 191.6을 기록하면서 최고점을 찍었는데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도 신조선가 상승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모두 흑자를 기록했으며, 신조선가 상승에 따라 향후 수익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조선업계가 신조선가 상승에 웃고 있는 반면 해운업계는 선박 발주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운업계의 원가 요소로는 선가와 국제유가 등이 꼽히는데 선가가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고 있다. 신조선가가 올라갈수록 해운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선박 발주에도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HMM은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를 준비했다가 높은 선가에 보류하기도 했다. 굳이 높은 가격으로 무리해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초대형 컨테이너선(2만2000~2만4000TEU) 신조 가격은 지난 8월 기준 2억73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에 비해 20.8% 상승했다. 

HMM 관계자는 “선박 발주는 이어갈 예정이지만 현재는 선가가 높아 투자를 보류한 것”이라며 “앞으로 선가 움직임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가가 높아지다 보니 해운업계 내에서는 여러 대응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선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조선사로의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은 저가를 앞세워 수주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률이 높은 선박에 대해서만 선별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 

HMM도 기존에는 한국 조선소를 우선 고려한 적이 있었으나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조선사와 동등한 기회를 주고 비용이 낮은 조선사에 발주를 맡길 계획이다. 

또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업체들도 친환경 선박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선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선박 개조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 내에서는 이러한 해운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채운 만큼 신조선가 움직임에 맞춰 수주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에 대한 수요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고, 중국과 무리해서 가격 경쟁을 할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해운업계가 원가 부담 때문에 선박 발주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다시 발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