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이 12일, 추석 전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의료단체를 포함해 ‘반쪽’ 협의체라도 출범하는 것이 의료공백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집단 사직에 나선 전공의와 전문의 등 의료진이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의료공백 해소에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의료공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추석 전 여야의정협의체가 구성돼야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단체와 야당이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총 15곳의 의료단체에 협의체 참석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곳은 5곳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덕수 국무총리. 2024.9.12/사진=연합뉴스
이에 한동훈 대표는 일부 의료단체가 참여하는 여야의정협의체를 우선 출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협의체가 부분 가동될 경우 남은 의료단체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대표는 의료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전향적인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 일부 관계자들의 다소 상처를 주는 발언이 있었는데 여당 대표로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적인 대응에 신중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 의사 블랙리스트 논란 같은 것으로 대화 시작에 방해가 있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의체 구성에 ‘전제조건’도 ‘의제 제한’도 없을 것이라며 의료단체를 회유한 것에 연장선이다.
의료단체가 2025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한 대표의 전향적인 발언은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야의정협의체 개문발차는 의료공백 해소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여야의정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옴으로써 의정 갈등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도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의료계 일각과 민주당에서는 반쪽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에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의정갈등의 핵심 문제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반쪽 협의체가 의료진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협의체 참여에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의료단체는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병원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인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이 배제된 반쪽 협의체 출범으로는 의료공백이 해소되기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 의료단체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협의체가 출범된 뒤 추후 의료계가 참여할 것인지는 전망조차 어렵고 입장을 밝히기도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쪽 협의체 출범이 의료공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의정갈등의 핵심 사안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단순히 협의체만을 개문발차하는 것은 의료공백 해소라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