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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이중가격 논란①] 수수료 점입가경...“프랜차이즈도 손들었다”

2024-09-24 14:48 | 이미미 기자 | buzacat59@mediapen.com
2010년 배달앱 등장 이후 약 14년이 흐른 현재, 국내 외식시장에서 배달앱은 양면적 특성을 갖는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없으면 불편한’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반면 배달 중개 수수료를 올려 갑질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같은 메뉴를 배달 주문하면 더 비싸게 받는 ‘이중 가격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외식업계와 배달앱 간 ‘외식물가 상승 주범’ 책임 떠넘기기 공방에 불이 붙었다. 업체들의 줄다리기에 최종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대안은 있는지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지난 9월9일 서울 강서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본사에서 정현식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이 열리고 있다./사진=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공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 플랫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이중 가격제’를 도입해 업계가 시끄럽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가 운영하는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이날부터 오프라인 매장과 배달 서비스의 가격을 분리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리아 배달 서비스의 제품별 차등 가격은 단품 메뉴 700~800원, 세트 메뉴 1300원 수준이다.

배달원 인건비 포함이란 이유로 배달용 메뉴를 좀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은 외식업계에 일종의 관행이었다. 롯데리아도 10여 년 전부터 이미 배달 주문 가격을 평균 500원 가량 비싸게 별도 책정해왔다. 이번에 배달 서비스 차등 가격을 본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리아는 “배달 플랫폼 주문 유입 시 배달 수수료·중개료·배달비 등 제반 비용이 매출 대비 평균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배달앱의) 무료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가맹점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측해 마련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지난달 초 무료 배달을 시행하면서, 업체들에게 받는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기존 대비 3%포인트 올린 9.8%로 인상했다. 비용부담이 늘어난 외식업계가 이중가격제 등을 도입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맥도날드와 버거킹도 일부 메뉴의 배달 가격이 더 비싸다. KFC는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약 2년 만에 재도입했다. 파파이스는 지난 4월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판매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 

맘스터치는 “배달 수수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 요구에 따라 일부 직영점에 이중가격제를 시험운영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배달수수료 공동대응 나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7월 ‘배달의민족 수수료율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입장문을 내고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약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올해 초 정률제 기반 배민원플러스를 출시, 앱 내 노출, 무료 배달 프로모션 등에서 차별을 두며  절대 다수인 정액제 이용 업주들의 요금제 전환을 반강제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플랫폼사들의 수수료 대폭 인상 행위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는 1000여 개 가맹본부(본사)가 회원사로 속해 있다. 본사들의 연합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고 밝히면서 외식업계와 배달앱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 

다만 배민 측이 요금제 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안’을 내놓겠다며 협상을 제안해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우선 공정위 고발을 보류한 상태다.  

프랜차이즈 비대위는 향후 많은 업체가 공공배달앱, 자사앱 등 대안 세력 육성에 참여하도록 구체적 실행방안을 조만간 모색하기로 했다. 매월 전체회의, 수시 분과별 회의를 열고 업계 참여 확대와 대응 방안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비대위 발족식에서 “최근 현장의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물가인상까지 촉발되고 있으나, 배달앱 3사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라며 “비대위를 통해 공정위 신고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업계 공동대응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 비대위원장을 맡은 나명석 자담치킨 회장은 “배달앱 3사가 올해 무료배달 경쟁으로 인한 비용을 모두 가맹점에 전가해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피자, 족발 등 관련 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며 “업계의 현 상황을 널리 알리고 더욱 많은 브랜드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비대위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999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가운데 59.0%가 배달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식업체(28.7%) 대비 프랜차이즈의 배달앱 이용 비중이 훨씬 높았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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