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재계 내에서 조기 인사 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 달 앞당겨 주요 계열사 임원인사를 단행했으며, SK그룹도 예년보다 빠르게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인사를 통해 내년을 서둘러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조기 인사와 동시에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들어가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화그룹이 예년보다 1개월 빠르게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사진은 한화그룹 본사 전경./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 조기 인사 단행…SK그룹도 조기 인사 가능성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27일 주요 계열사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지주회사 격인 ㈜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오션 등 주요 계열사 14곳에서 총 51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의 올해 임원인사를 예년보다 1개월 앞당겼다. 그동안 한화그룹은 임원인사를 10월에 발표하고, 11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올해는 9월 말에 발표한 뒤 10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에도 한화솔루션과 여천NCC 사장단 교체 인사를 1개월 앞당겨 시행하면서 조기 인사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SK그룹 역시 조기 임원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SK그룹은 12월 초에 정기 인사를 발표해 왔는데 올해는 이보다 빠른 11월에 인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11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마무리되는데 이 시기에 맞춰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SK그룹도 지난 5월과 6월 각각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 교체로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처럼 재계 내 조기 인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올해 산업계 전반적으로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대내외 경여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이번 조기 인사에 대해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경영진을 전면 배치해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내년을 일찌감치 준비하기 위해 두 그룹 외에도 조기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조기 인사를 단행하면 내년 계획이나 경영 목표 등을 빠르게 설정하면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삼성전자도 예상보다 빠르게 조기 인사에 나섰던 적이 있었던 만큼 올해 역시 조기 인사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며 “12월에 인사를 발표하고 그때부터 내년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면 늦다는 판단이 재계 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직 슬림화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도 실시
조기 인사와 동시에 위기 극복을 위한 카드로 구조조정도 꺼내 들었다. 인력 정리를 통해 조직 슬림화, 인건비 감소 등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 사업부의 해외 직원을 감원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해외사업장 영업 및 마케팅 직원의 약 15%, 행정 직원은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침체기에 빠진 SK온도 희망퇴직과 함께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인력 구조조정이다. SK온은 이번 구조조정 조치로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도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희망자는 2년간 유급 휴직을 할 수 있고, 휴직 후 퇴직하면 기본 퇴직금에 위로금 추가로 지급한다. 기존에는 위로금이 5000만 원이었는데 이를 최대 3억 원까지 올리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SK그룹 내에서는 임원 비중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원 비중을 20% 줄인다는 소식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임원 비중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줄이려는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며 “SK그룹이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도 동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