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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리는데…은행‧카드사 대출 죄고 금리 올리고

2024-10-02 11:24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이보라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 재개에 나서며 가계대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민들의 대표적인 '급전 창구'인 카드론 금리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1금융권의 높아진 대출 문턱에 돈줄이 막힌 취약계층이 제2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대출 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당분간 카드론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 재개에 나서며 가계대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p),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2%p 인상한다. 하나은행은 전날부터 전세자금대출 상품별 감면 금리를 최대 0.5%p 낮췄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의 비대면 대표 상품인 '하나원큐전세대출' 금리는 0.2%p,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전세대출상품' 금리는 최대 0.5%p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오는 4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p 인상한다. 이에 따라 주담대 상품인 'KB주택담보대출(변동·혼합형)'의 금리는 0.20%p 오를 전망이다. 전세대출 금리는 보증기관에 따라 최대 0.25%p 인상되며, 신용대출 금리도 0.20%p 상향 조정된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신규구입자금 및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인상한다.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은 0.1%p, 변동금리(6개월) 상품은 0.2%p 인상된다. 전세대출 금리는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45%p 오른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1~0.3%p 축소하면서 사실상 금리를 인상했다. 전날에는 비대면 주담대(변동) 대환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0.5%p, 신규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0.3%p 줄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을 단행하면서 여신전문금융채 금리도 3% 초반까지 떨어졌으나 카드론 금리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카드론 금리는 평균 14.3%로 전년 동기(14.0%) 대비 0.3%p 올랐다. 올해 1월 말 카드론 평균금리인 14.6%와 비교하면 하락했으나 여전히 14%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채는 카드사, 캐피탈사 등의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여전사들은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한다.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조달하고 있다.

2022년 초 연 2%대였던 여전채 금리는 같은 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사상 최초로 6%대까지 급등했다. 당시 채권시장 경색과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은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하고 카드 대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면 조달비용이 줄면서 카드론 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기게 된다. 카드론 대출 금리는 여전채 금리와 차주의 신용원가 등을 종합해서 책정한다.

다만 시장금리가 실제 상품 금리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개월 가량의 시차가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나 과거 저금리 시기 조달한 차입금의 평균금리보다 아직 높고 고금리 시기 조달한 차입금 등이 남아있는 만큼 카드론 금리 인하까지는 시일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 여력이 생기게 됐지만 발행한 채권으로 바로 상품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 금리가 낮아지려면 몇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8월 기준 카드론 규모가 41조8309억원으로 42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은행권이 대출문턱을 높인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카드론 규모를 크게 확대한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3곳에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나서 금리인하는 더욱 어렵게 됐다.

롯데카드의 8월 말 카드론 잔액은 5조342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471억원(2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는 5조5865억원으로 8104억원(16.9%), 우리카드는 3조8660억원으로 5325억원(15.9%) 늘었다.

금감원은 해당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리스크 관리 소홀로 제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백지현/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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