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카카오택시 등 가맹택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업자에게 시장 독점력을 이용한 갑질 행위로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갑질 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사진=카카오모빌리티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사업 시작과 함께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도록 한 제휴계약체결을 요구, 불응시에는 해당 사업자 소속 기사가 자사 앱(카카오T) 일반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장금 724억원을 부과하고,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독점력 남용행위로 인해 택시 가맹사업자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퇴출돼 사업자 간 가격과 품질에 의한 공정한 경쟁과 서비스 혁신이 저해된 것은 물론,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권도 제한됐다”며 “상기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거래 상대방에게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타당성이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행위 및 불이익 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제재 이유를 댔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택시기사에게 제공하는 일반호출 서비스와 자회사의 카카오T블루 소속 가맹기사에게 제공하는 가맹호출 서비스를 모두 공급하는 사업자로, 2022년 기준 중형택시 앱 일반호출 시장에서 점유율 96%를 차지하는 압도적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다.
이러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가맹기사 등 유료기사 확대를 통해서 택시 공급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모든 택시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2019년 말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를 가맹택시 사업 서비스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서 카카오T 앱에서 경쟁 가맹택시기사에게는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 이를 정당화할 구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가맹택시기사만 구분해 카카오T의 일반호출을 차단한 행위가 가맹택시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했음에도, 경쟁 가맹택시기사의 호출 수락 후 취소 등을 핑계로 2021년 5월부터 실행에 옮겼다.
먼저 카카오모빌리티는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영업상 비밀인 소속 기사 정보와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가맹 호출 앱에서 발생하는 택시 운행 정보를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할 경우 해당 가맹택시 소속 기사에게는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같은 행위는 경쟁 사업자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가맹택시 서비스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라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가 제휴계약을 체결할 경우 운행 정보 등 핵심적인 영업비밀을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제공하면 이를 카카오모빌리티가 영업전략에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 가맹택시기사들이 운행을 많이 하는 지역, 시간대 등을 분석해 해당 시간, 해당 지역에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의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가 제휴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소속 가맹기사가 일반호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반호출을 받을 수 없게 돼 경쟁 사업자와의 가맹계약을 해지하게 될 유인이 커지므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는 가맹사업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7월 13일부터 2023년 12월 19일까지 제휴계약 체결을 거절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1만 2332개의 기사 아이디에 대해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서비스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2020년 기준 51%에서 2022년 기준 79%로 크게 증가한 반면, 반면 경쟁 사업자들은 가맹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면서 가맹택시 서비스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해 사실상 2개 사업자밖에 남지 않았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법 위반행위 기간 벌어들인 매출은 1조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기정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경쟁사업자와의 공정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인 행위를 엄격히 제재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유럽연합(EU)와 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들도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는 행위를 반경쟁적 행위로 보고 제재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동의의결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위법성이 명백하고 피심인 측의 구제 방안도 구체적이지 않아 시장경제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 기각한 바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