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10일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은행의 부당대출과 대규모 횡령 등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둘러싼 금융지주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주요 금융그룹 회장 중 사상 첫 국감 증언대에 나선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 제공.
7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0일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 명단에 임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이름을 올렸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경위로 국감 증언대에 서게 된 임 회장은 국회 출석을 피하지 않고 겸허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임 회장이 처음이다. 임 회장은 국감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이 국감 출석을 피하지 않고 정무위원들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42건,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350억원은 통상 기준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며,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현 경영진은 늦어도 올해 3월께 감사 결과가 반영된 안건을 보고 받는 과정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우리은행은 “단순한 여신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해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해 왔다.
우리금융은 부당대출 외에도 대규모 횡령사고가 반복돼 터지면서 내부 자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2년 우리은행 본점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사고 이후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올 6월 김해지점에서 대출 신청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100억원대의 횡령이 재발했다. 최근엔 외부인의 허위 서류제출로 인한 55억원대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금융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농협은행도 잇단 금융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올해만 총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10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으며, 5월에는 51억원, 1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등이 적발됐다. 8월에는 117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부실 원인으로 제기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이번 사안도 관심있게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