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택배업계 내에서 택배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원가 상승과 함께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배달 플랫폼에서는 배달비와 수수료 등을 기습 인상하면서 점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반면, 택배비는 배달비보다 못한 상황이라 인상 필요성 주장에 힘이 실린다.
CJ대한통운 물류센터 모습./사진=CJ대한통운 제공
◆원가 상승했지만 택배비 인상은 요원
8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업계는 국제유가와 함께 인건비도 오르면서 원가 상승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 기준 경유 단가가 ℓ(리터)당 1526원으로 전년 동기 1453원보다 73원(5%) 상승했다.
경유 사용량은 올해 1303㎘(킬로리터)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97㎘보다 6㎘(0.5%)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경유 비용은 19억8800만 원으로 전년(18억8500만 원) 대비 1억300만 원(5.5%) 늘어났다.
작년부터 원가 상승으로 인해 모든 물가가 치솟아 고물가 기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택배업계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편의점 택배 가격을 50원 인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GS25와 이마트24는 일괄적으로 100원씩, CU는 무게·권역별로 100∼400원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고물가에 택배비까지 오른다며 반발하는 여론이 형성됐고, 결국 CJ대한통운은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CJ대한통운 측은 “국민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택배 뿐만 아니라 화주와의 계약에서도 가격 인상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매년 화주와 택배가격을 협상하지만 택배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선뜻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화주가 다른 택배사와 계약을 할 수 있어서다. 먼저 가격을 올린 업체만 물량을 빼앗기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놓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편의점 택배를 올릴 당시 50원밖에 올리지 않았지만 편의점에서 추가로 50원 이상을 올리면서 택배업계가 곤혹을 치렀다”며 “50원 인상으로는 유류비와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려웠는데 이마저도 실패해 가격 인상에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배달비보다 싼 택배비…현실화해야”
택배비 인상은 쉽지 않지만 택배업계 내에서는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어지고 있다.
먼저 택배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는 비용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택배업계 내에서는 더 빠른 배송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 고객들의 편의성을 위해 휴일 배송에도 나선다.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주 7일 언제든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진도 늘어난 택배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약 3000억 원을 투입해 올해 대전 메가허브를 열었으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휴일에도 배송서비스를 진행한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비와 인건비 상승이 수반되는데 현재 택배비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또 배달비와 비교했을 때에도 택배비는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이다. 배달비는 통상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본요금으로 3000원이 책정된다. 반면 택배비는 화주와 계약을 맺는 경우 통상 2000원 대를 보인다.
특히 배달 플랫폼에서는 최근 주문고객들에게 배달료를 받지 않는 대신 점주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기습 인상하면서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일부 플랫폼을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했는데, 점주들이 반발하고 있고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가 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택배업계는 화주들과 계약을 진행하면서 인상을 논의해야 하고, 편의점의 경우에도 플랫폼 마냥 자신들의 수익 개선을 위해 소비자에 비용 전가를 하는 사례가 있어 비용 인상이 쉽지 않다. 또 비용 인상에 대한 비난과 책임은 택배업계에 쏠리는 점도 부담이다.
택배업계는 당분간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객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격 현실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택배비만 제자리인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택배비 인상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배달 플랫폼과 비교하면 택배업계는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가격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