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HMM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해상운임이 상승한 가운데 수익성 위주 경영을 통해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MM의 호실적으로 인해 매각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불황으로 각 그룹들이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덩치 큰 HMM이 실적까지 좋아 몸값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호실적의 기업을 헐값에 매각할 이유가 없고, 국내 주요 그룹들의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아 당분간 매각 이슈는 잠잠할 것으로 예측된다.
◆3분기 영업이익 1조742억 원 전망…‘1조 클럽’ 복귀
1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742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758억 원과 비교하면 9984억 원(1317.2%) 급증하는 수치다. HMM의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3분기 매출은 3조239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조1266억 원보다 1조1128억 원(52.3%) 늘어날 전망이다.
HMM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4조9933억 원, 영업이익 1조514억 원을 올리면서 호실적을 올린 데 이어 3분기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된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것은 해상운임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 해상운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분기 평균 3082포인트(p)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986p보다 212.7% 상승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컨테이너선의 수에즈 운하 통행이 제한되면서 해상운송에 차질이 발생해 운임이 대폭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HMM이 수익성 위주의 영업활동을 강화했으며, 초대형선이 운송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에는 해상운임 상승분이 온전히 실적에 반영되지 못했지만 3분기에는 본격적으로 적용됐다”며 “HMM의 체질 개선 작업 역시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기업들 투자에 '신중'
HMM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반대로 매각은 쉽지 않아졌다. 업계 내에서는 좋은 실적으로 인해 몸값이 더 높아지면서 HMM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뜻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주요 그룹들을 살펴보면 HMM 인수에 나설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사업이 그나마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엔 이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9조1000억 원을 기록했으나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지연되고, 파운드리에서 적자를 보는 등 사업이 부진하다.
SK그룹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인 수요 부진) 현상으로 인해 이차전지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터리사업을 영위하는 SK온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에 SK는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LG그룹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덩치가 큰 기업의 M&A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업적 시너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HMM 인수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또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 모두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만큼 가능성이 떨어진다.
HMM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본업인 철강사업 불황과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 부진에 인수 부담이 따른다고 보고 있다.
결국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현대차그룹이 꼽힌다. 현대글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면서 자금도 넉넉한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그룹 역시 자체적으로 투자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국내 역시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재원 마련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HMM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투자에 나선다는 점은 미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HMM이 워낙 실적이 좋은 만큼 굳이 빨리 매각할 이유가 없다. 이제껏 대우조선해양이나 동부제철 등 굵직한 기업들을 염가에 매각한 사례가 많았지만, 현재로선 서두를 이유가 없다. 특히 HMM 사업 그 자체보다 주변 자산에 더 관심이 큰 기업들의 관심은 원천 차단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규모가 큰 HMM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 만큼 HMM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인수에 나서야 한다”며 “몸값이 높아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HMM이 확실하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