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 수준으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한은이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면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가 막을 내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0%)으로 수렴한 데다 금리 인하가 더 늦어질 경우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여기다 정부‧여당의 거센 금리 인하 압박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빅컷(기준금리 0.50% 인하)’을 단행해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더 이상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오는 11월과 12월 두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11일 오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0.25%p 인하한 3.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작년 1월 0.25%p 인상을 마지막으로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실제 피벗에 나서면서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지속했던 긴축 기조는 38개월 만에 종료됐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며 안정세를 찾은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떨어진 점이 자리한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5개월 2%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1%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하락한 것은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김웅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아져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돌다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으로 2% 안팎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도 둔화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줄어든 규모다.
내수부진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치권 안팎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한은은 8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6%에서 2.5%로 조정하며 “고금리 기조로 내수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개선이 제약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8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이례적으로 “내수진작 차원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드는 등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금리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으로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내수진작 문제에서 봤을 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내수부진 등 현실적인 고려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판단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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