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금리 기조에 최근 몇 년간 치솟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최근 들어 3%대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여전채 금리는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들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축소해왔던 무이자할부 혜택을 다시 제공하며 신규 고객 유치와 카드결제 유도에 나서고 있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이달 롯데백화점과 온라인·종합병원·여행·손해보험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또 오는 13일까지 롯데백화점에서 300만원 이상 결제하는 회원을 대상으로는 10개월 무이자할부를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50만원 이상을 결제한 회원에게 최대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했다.
우리카드도 이달 말까지 백화점·온라인쇼핑·병원·여행·항공·면세점 등 결제가 많이 일어나는 업종에서 최대 6개월 무이자할부를 제공한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백화점 무이자할부 기간은 최대 3개월에 그쳤다. 항공·여행·면세점과 온라인에서도 이 기간이 5개월로 현재보다 짧았다.
BC카드는 올해 말까지 온라인쇼핑·백화점·여행·병원·손해보험 업종 대상으로 2~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NH농협카드는 오는 13일까지 모든 가맹점을 대상으로 2~6개월 무이자할부 이벤트를 진행한다.
2년 가까이 자취를 감췄던 6개월 무이자할부가 돌아온 것은 최근 들어 카드사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늘게 된다.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조달하고 있다.
2022년 초 연 2%대였던 여전채 금리는 같은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사상 최초로 6%대까지 급등했다. 당시 채권시장 경색과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은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하고 카드대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이자비용은 총 2조158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097억원)보다 19.3% 증가했다. 금리상승이 본격화됐던 2022년 상반기(1조1358억원)와 비교해서는 1조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까지도 줄곧 4%대를 유지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던 여전채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향후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낮아지고는 있으나 고금리 시기에 발행한 채권이 남아있어 무이자할부 등 고객 혜택이 아직 예전만큼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보여주기식의 형식적인 혜택보다 실제로 많이 쓰는 부분에 혜택을 제공해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만족도를 높이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