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전세 세입자들이 보증금 반환 및 경매 등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 '전세권'을 설정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에서 전세권이 설정된 담보물에 전월세보증금대출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등기상 깔끔한 상태의 담보물에 전월세대출을 내어주거나 기존의 전세권을 말소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내어주는데, 이들 은행들이 이마저도 거부해 전세 세입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전세 세입자들이 보증금 반환 및 경매 등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 '전세권'을 설정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에서 전세권이 설정된 담보물에 전월세보증금대출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비대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전세권 말소 조건의 대출을 내어주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는데, 카뱅 측은 "타행도 비대면에서는 전세권 말소 조건의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해명에 나섰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특히 비대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전세권 말소 조건의 대출을 내어주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는데, 카뱅 측은 "타행도 비대면에서는 전세권 말소 조건의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해명에 나섰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은행별 전체대출 취급 현황'에 따르면 9월 현재 은행에서 판매 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SGI)의 보증서 기반 전월세대출상품 판매건수는 총 166만 800건으로 조사됐다. 공급액만 약 228조 108억원에 육박한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이 41조 1032억원(32만 11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40조 9978억원(27만 3000건), 우리은행 40조 1292억원(29만 5600건), NH농협은행 30조 168억원(18만 9000건), 하나은행 28조 7746억원(18만 3600건) 등의 순이었다.
은행에 전월세대출상품을 제공하는 보증기관별로 살펴보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86조 5284억원(91만 5700건)으로 판매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HUG가 72조 8265억원(44만 6400건), SGI 68조 6560억원(29만 8700건) 순이다.
은행들은 전세대출 담보물에 전세권이 설정돼 있으면 '말소 조건부'로 대출을 심사하고, 대출자가 전세권 말소를 증명하면 대출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강 의원실의 조사 결과, 광주·JB전북·카카오뱅크 등 3사는 전세권이 설정된 물건에 대해 대출 자체를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JB금융그룹의 은행부문인 JB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전세권 설정 해제조건의 물건에 대해서도 전월세대출을 내어주지 않고 있다. 양행은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보험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난해 3월과 7월 각각 전월세대출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업무협약서 상에는 전세권 설정 해제조건으로 취급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조사 결과 상품 취급을 제한 중이다.
인터넷은행 카뱅도 지난해 7월 SGI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월세대출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카뱅은 '인터넷은행의 업무 특성(비대면)에 따라 미취급한다'는 논리로 전세권 설정 물건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실은 카뱅의 이 같은 해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동종업계 경쟁자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주택금융공사 전월세대출상품을 취급하면서도, 말소 조건부 대출을 허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카뱅도 주금공의 전월세대출을 판매할 때에는 말소 조건부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카뱅은 지난 2018년 1월 최초 취급 이후 올해 9월까지 18조 372억원(20만 1900건)의 주금공 보증서 기반 전월세대출을 취급했다.
강 의원은 "전세권 설정 시 대출 자체를 거부하는 행태는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나아가 전세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며 세입자들에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인 전세권 설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뱅크 전월세대출상품에 대한 전세권 설정 말소 조건부 대출 거부에 대한 조사를 통해 대출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안 마련을 지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보증기관별 상품구조를 비롯 오프라인·온라인 영업점의 차이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이 통상 전월세대출을 내어주려면 임차인과 임대인 간 계약 당시 등기 상 질권이 잡혀 있지 않거나, 전세권 등 채무관계를 말소해야 한다.
특히 전세권 말소 조건의 전월세대출은 오프라인 영업망을 갖춘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만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권 말소를 조건으로 전월세대출을 내어주려면 현장에서 근무 중인 행원들이 책임 하에 재량적으로 채무자와 담보물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더욱이 보증기관인 SGI보증보험은 한국주택금융공사와 달리 대출처리과정이 까다로워 비대면으로 전세권 말소 조건부 대출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GI와 주금공 모두 보증서 기반 전세대출상품이지만 상품구조에 차이가 있다"며 "SGI의 말소 조건부 전세대출은 확인 과정 탓에 애초에 비대면 취급이 안 된다.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만 취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카뱅은 인터넷은행 중 홀로 SGI 보증서 기반 전월세대출을 취급 중인데, 비대면 기반으로 움직이는 탓에 전세권 설정 말소를 확인할 인력이 없다. 문제가 된 광주은행과 JB전북은행도 SGI 보증서 기반 전월세대출은 협약서상 전세권을 말소 조건부로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상품으로 출시한 탓에 말소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취급을 제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뱅 관계자는 "대출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발 중에 있다"며 "현재 이 상품은 복잡한 프로세스로 인해 취급하는 주요 은행에서도 비대면으로 말소 조건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