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대한 심리불속행 여부가 이번 주 결론이 날 예정이다.
재계 내에서는 대법원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을 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조 원이 넘는 재산분할과 노태우 비자금 등이 걸려있는 만큼 상고심을 통해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한은 11월 8일까지다. 심리불속행 기한이 4개월인데 지난 7월 8일 최 회장은 상고를 접수했기 때문에 이날까지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할지 추가로 심리에 들어갈지 결정하게 된다.
지난 5월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재산 중 35%를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특히 노 관장이 증거로 내놓은 ‘김옥숙 여사 메모’가 대규모 재산분할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를 보고 재판부는 300억 원이 SK로 흘러 들어가 회사의 성장에 일조했다고 봤다.
결국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가 성장하는 데 사용됐고, 이를 노 관장의 기여로 본 것이다. 이로 인해 1심 재산분할 665 억 원과는 20배 이상이 차이가 발생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상고를 결정했다. 2심에서 재산분할 대상이었던 SK주식에 대해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며 재산분할에서 재외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SK 주식 가치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선대회장의 기여도를 12.5배, 최 회장은 355배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계산 결과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였고, 최 회장은 35.5배로 10배 차이가 발생했다.
잘못된 계산을 바탕으로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 판결이 내려진 만큼 계산 오류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심리를 속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조 원이 넘는 대규모의 재산분할, 노태우 비자금 등으로 인해 여론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 이혼소송의 경우 약 80%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가 기가된다”면서도 “여론이나 정치권, 재계의 관심을 봤을 때 심리를 속행한 뒤 향후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계 내에서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대해 대법원이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노 관장이 제시한 300억 메모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50억 원 어음 6장이 전부인 증거로 인해 대규모의 재산분할을 판결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에서는 300억 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오히려 SK 측에서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자금을 건네기 위한 약속으로 어음을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의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태다.
또 SK의 성장에서 기여도에 오류가 있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10배 높아지고, 최 회장의 기여도가 10배 낮아졌다면 이에 맞게 재산분할 금액도 수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오류를 인정하면서 단순히 수치만을 경정(수정)하고 판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1심 판결과 2심 판결이 큰 차이가 있고, 2심 판결이 최 회장에게 징벌적 판결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만큼 대법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측은 300억 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으로 잘못된 항소심의 판단을 상고심에서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또 SK주식은 부부별산제에 따라 특유재산임을 주장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이에 대한 판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경정 사건은 이혼소송 본안과는 별개다. 다만 오류에 대해서 대법원이 인정한다면 재산분할에서도 2심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