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건설업계가 계약 과정을 비롯해 공사 현장, 입주민 주거 서비스 등 건설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GS건설 아파트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를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작업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는 사진./사진=GS건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주거 서비스 ‘H 시리즈’를 경기 화성시 일대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봉담’에 적용했다.
지난 2021년 입주를 완료한 힐스테이트 봉담에 설치된 H 시리즈는 H 클린팜, H 헬시플레져, H 업사이클링 등 총 3개다. 힐스테이트 단지 내에 신규 H 시리즈가 실제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 클린팜은 빛, 온도, 습도 등 식물 생육에 필요한 환경요소를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AI 밀폐형 재배 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팜이다. 커뮤니티 시설 내 GX룸에 설치된 H 헬시플레져는 AI가 체형 분석을 통해 맞춤형 운동 솔루션을 제공한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돕는 H 업사이클링은 AI 리사이클 로봇이 재활용 가능한 상태의 페트병만 수거해 자원 재사용률을 높였다.
힐스테이트 봉담에 적용된 H 시리즈는 어밸브, 닥터엑솔&마이베네핏, 이노버스 등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다. 현대건설은 기존 견본주택 등에서 선보이던 신규 H 시리즈를 입주 단지에 실제 적용함으로써 입주민 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존 힐스테이트 입주민들도 새로운 H 시리즈를 통해 건강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체험 기회를 기획했다”며 “커뮤니티 공간에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입주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단지 내 공동체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입찰안내서(ITB)와 해외 프로젝트 계약 문서를 AI를 활용해 분석하고 프로젝트 수행을 지원하는 AI 기반 계약문서 분석시스템 ‘바로답 AI’를 개발했다.
바로답 AI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이 집약된 기존 룰 기반 지식관리 시스템을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으로 고도화했다. 특히 건설산업에 최적화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AI 에이전트 형태로 구현해 계약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이번 시스템 설계부터 개발까지 전 과정을 내부 역량을 통해 완성했다. 유관부서 실무진들이 개발 전반에 참여해 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을 구현했다.
바로답 AI는 방대한 문서를 신속하게 분석해 핵심 정보를 추출하고 여러 문서에 산재된 데이터를 비교·정리하며 출처까지 제공한다. 특히 임직원들이 자연어로 질문하더라도 계약서 내 관련 내용을 찾아주는 기능도 갖췄다.
대우건설은 바로답 AI 개발이 해외 수주 및 프로젝트 수행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잠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계약서 간 조건을 비교 분석해 프로젝트 주요 단계에서 판단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내부 AI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새로운 AI 기술을 빠르게 검증하고 현업 전문가들과 긴밀한 테스트를 통해 실무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과거 경험 데이터, 기술문서 등 프로젝트 수행에 필수적인 데이터들을 지속적으로 통합해 바로답 AI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GS건설은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Xi Voice)’를 개발했다.
자이 보이스는 담당자가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음성을 인식하고 중국어 또는 베트남어 등 120여개 언어로 동시에 텍스트로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번역 프로그램에서 정확한 번역이 어려웠던 건설 전문 용어도 각 나라별 언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했다.
GS건설은 최근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안전이나 품질에 대한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 실시간 번역 프로그램을 올해 초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자이 보이스는 지난 4~6월 파일럿 형태로 일부 현장에 적용돼 실제 담당자들이 사용 후 제안한 개선사항을 통해 보완 과정을 거쳤다. 향후 인터넷 현장이 원활하지 않은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텍스트 형태로 번역을 넘어 각 언어별 음성 출력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GS건설 디지털혁신(DX)팀 관계자는 “자이 보이스 외에도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장과 협업해 개발 중”이라며 “건설현장에서도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현장 안전과 품질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