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두고 본격 심리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재산분할에 대해서도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항소심에서 노 관장이 증거로 제시한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에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와 항소심 재판부의 계산 오류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가 심리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이 지난 8일로 종료됐다. 항소심 재판에서 문제가 없다면 심리불속행 기각을 통보하고 사건이 마무리되는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각 결정을 하지 않으면서 심리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 5월 항소심에서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과 20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심에서 나온 665억 원의 재산분할과 1억 원의 위자료 판결과는 큰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법률적 쟁점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쟁점을 살펴보면 최 회장 측의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SK주식이 특유재산인지 여부다. 최 회장 측은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주식을 단순히 배우자의 내조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부부공동재산으로 취급해 재산불할하는 것은 부부별산제 원칙을 형해화한다고 주장해왔다. 부부별산제는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노태우 비자금’ 관련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이 뜻대로 나오지 않자 항소심에서 ‘선경 300억’ 등이 적힌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50억 원 어음 6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은낵해왔던 노태우 비자금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증거를 보고 300억 원이 SK그룹에 흘러 들어가 회사의 성장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또 노 관장도 이 비자금으로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고 대규모의 재산분할을 판결했다.
하지만 노태우 비자금이 합법적으로 후손에게 대물림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으로 재산분할 판결을 받은 만큼 국가에 환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노태우 비자금이 실제로 SK그룹으로 들어왔는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다. 최 회장 측은 그동안 300억 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50억 원 어음 6장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에게 퇴임 후 지급하겠다는 증표로 건넨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300억 원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대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김옥숙 메모나 약속어음이 노 대통령의 자금이 선경에 유입됐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와 함께 항소심 재판부가 ‘입증 책임’을 가진 노 관장에게 충분히 근거를 요구했는지 대해 심리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항소심 나온 오류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 가치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를 각각 12.5배, 355배로 봤는데 실제 계산 결과로는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 125배, 최 회장은 35.5배였다. 10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단순히 판결문을 경정(수정)하는 데 그쳤고, 재판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근거가 된 주식가치가 달라진 만큼 재산분할 금액에도 변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에서도 2심 재판부가 경정한 것에 대해 다시 심리하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다.
통상 가사소송의 경우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을 심리를 이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항소심 판결에 문제, 법리적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재산분할, 노태우 비자금 등이 걸려있는 만큼 대법원은 신중하게 심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최 회장에게 징벌적인 판결이 나와 재산분할이나 위자료가 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심리 속행을 계기로 신속하게 조사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