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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구하기 고영주 때리기' 봉숭아학당 국감장

2015-10-05 08:4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역대 최악의 국감을 꼽는다면 아마도 어제 있었던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이 강력한 후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국정감사장이 아닌 한 개인의 사상과 이념을 재단하는 마녀사냥의 장으로 전락했던, 국회권력이 만든 근래 보기 드문 추악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고영주 이사장을 추궁하기 위해 작정하고 왔다. 피감기관인 방문진이 제 역할을 잘해왔는지가 아니라 오로지 문재인 대표의 호위무사로서 고 이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작정하고 온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로지 ‘당신이 감히 문재인 대표에게 공산주의자라고 했느냐, 사퇴하라’며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낭비할 리가 없지 않나. 어제 방문진 국감은 비정상의 극치였다. 고 이사장은 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본 대가로 야당 의원들에 의해 거의 난도질을 당하다시피 당했다. 만일 우파가 좌익사상을 이유로 야당 측 인사를 그런 식으로 무차별 공격했다면 어땠을까. 우파가 그럴 일도 없지만, 아마도 좌파진영은 전체가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필자는 어제 방문진 국감이란 공적인 자리와 시간이 오로지 문재인 개인 한 사람을 위해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감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엉뚱한 문 대표 관련 질문을 그렇게 집요하게 해댈 리가 없었을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고 이사장의 실수나 결정적인 발언을 끌어내기 위해 도발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공산주의자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생각이 변했느냐(장병완)” “국감에서 성실히 답변한다고 선서한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다. 계속 답변을 거부하면 국감 진행이 안 된다(우상호)” “문 대표에게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냐(전병헌)” 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나. 명예훼손 민형사 소송이 걸린 사안이 걸린 문제로 고 이사장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 따위 유도성 질문을 퍼붓는다는 것은 의도를 담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 2일 방문진 국감장은 문재인을 위한 공격과 한풀이의 장으로 전락했다. 문재인 대표를 비판한 MBC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소신과 이념을 이유로 마녀사냥하고 정신적으로 난도질한 자리였다./사진=jtbc캡쳐
방문진 국감이란 공적인 자리와 시간을 야당이 악용한 혐의는 또 있다. 방문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고영주 이사장 개인의 소신과 이념철학을 공격한 것이다.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의 선정기준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맑스레닌주의 노선에 입각한 행위로 선동한 인사라고 규정했는데 맞느냐(홍의락)” “대한민국이 정상이 아닌 나라라고 생각했나(이개호)” 또 이런 꼴불견도 있다. “‘친북인사’로 지명당했는데 국감을 계속 해야하느냐 (친북인사 선정에 대해) 해명하라는 요구가 없었다.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우상호)” “위증죄와 국회모욕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전병헌)” 야당 의원들은 하지 말아야 할 부적절한 질문으로 고 이사장에게 대답을 강요했고, 막상 답변하니 제분에 못 이겨 못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면서 정회를 거듭했다. 국민은 이 따위 국감 보자고 꼬박꼬박 세금내고 있는 게 아니다. 도대체 뭐하는 짓들인가. 모욕을 당한 건 국민이다.

고 이사장이 문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건, 친일인명사전이나 교과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건 그의 사상의 자유다. 아무리 권력놀음의 갑질 국회의원이라도 오로지 타인의 소신과 이념을 공격하기 위해 국감장을 악용한 악랄한 행태들은 도저히 참아주기 어렵다. 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진짜로 해야 할 일은 팽개치고 고 이사장 한 사람을 흠씬 두들겨 패는 일에만 열중했다.

공영방송 이사회를 이끌어가는 수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커녕 조롱과 비난, 정당한 검증 차원을 넘은 인신공격과 화풀이, 사상검증의 날만 휘둘러댔다. 자신들에 대한 이념적 비판은 그렇게 부당하다며 거품 물고 거부하면서 타인의 사상의 자유는 거리낌 없이 난도질하는 이중성만 극명하게 드러냈다. 자타칭 민주인사들이란 자들이 그렇게 민낯 그렇게 드러내 자랑스러운가.

어제 방문진 국감장은 문재인을 위한 공격과 한풀이의 장으로 전락했다. 또 한 개인을 그가 가진 소신과 이념을 이유로 마녀사냥하고 정신적으로 난도질한 자리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MBC나 방문진 국정감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야당이 입만 열면 떠드는 공영방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진심이었다면 국감의 기회를 그런 식으로 날릴 리도 없고 악용할리도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고영주 이사장 한 명을 공격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야당의 행태는 덕분에 MBC 문제와 모든 관련 이슈도 삼켜버렸다.

국감장을 한 사람의 청문회장으로 변질시킨 야당의 행태는 그야말로 국민 모독이었다. 그 탓에 국민이 방문진 국감을 통해 알고 싶고 알아야 할 일들은 대부분 덮어졌다. 국회의원이 가장 쓸모없을 때가 언제인지를 증명했을 뿐이다. 그렇게 국감에 임하는 기본 역할과 책임도 잊은 자들이 남더러 품격과 자격을 운운하는 대목은 코미디다. 야비한 목적으로 방문진 국정감사를 제대로 망친 야당 의원들이야말로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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