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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적자 해명 논란…“환경개선비 연간 1000억원 미달”

2024-11-20 15:48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이 올해 환경 개선에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은 3분기 적자에 대해 환경 개선 투자를 이유로 들었는데 보다 정확한 적자 요인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사진=영풍 제공



20일 영풍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65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7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게다가 올해 3분기 말 기준 공장 가동률은 53.4%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적과 관련한 모든 수치가 하락하면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2021년부터 약 7000억 원 규모의 환경 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환경 개선 혁신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당연히 수치적으로 보이는 실적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꿔 말씀드리면 실적을 포기하고 매년 1000억 원씩 투자할 정도로 환경 개선에 진심”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풍의 해명과 달리 업계 내에서는 영풍이 매년 환경 개선 사업에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투자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의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 변화를 2020년에 처음으로 토지 정화와 석포제련소 주변의 하천 복구를 위해 총 608억 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했다. 이후 환경오염 물질 처리와 지하수 정화·복구 비용이 추가되면서 2021년에 806억 원, 2022년에 1036억 원, 2023년에 853억 원, 올해는 1억 원의 충당부채를 추가로 설정했다.

영풍이 2020년부터 설정한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는 총 3305억 원으로 연평균 661억 원 규모다. 과거와 비교해 환경 개선을 위한 충당부채를 지속해서 설정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영풍이 밝힌 ‘매년 1000억 원 이상’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풍이 환경 개선 사업에 대한 투자금을 과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올해 영풍이 추가로 설정한 충당부채는 1억 원에 불과하다. 환경 개선 사업에 대한 투자 때문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하기에는 새롭게 비용으로 반영된 환경 개선 충당부채 규모가 너무 작다. 이에 적자 전환 원인에 대한 영풍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내에서는 실제로 영풍이 환경 개선을 위해 설정한 충당부채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충당부채는 손익을 계산할 때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지만 최초 사용 계획과 달리 사용하지 않으면 수익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충당부채의 실제 사용 여부는 현금흐름표와 대조해 추정해볼 수 있다.

영풍은 2020년부터 환경 개선 사업을 위한 충당부채를 설정한 뒤 이듬해인 2021년부터 집행하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합산 사용액은 약 1077억 원으로 연평균 270억 원 수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매년 1000억 원 이상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했다”는 영풍의 해명은 과장된 것이다.

영풍이 2021년부터 늘린 연간 설비투자액(유·무형자산 취득액)의 증가분을 포함하더라도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영풍은 400억 원 수준이던 연간 설비투자액을 2021년부터 600억 원 수준으로 늘렸다. 신규 설비투자로 약 200억 원을 추가했다. 영풍의 연평균 충당부채 설정액이 667억 원이기 때문에 여기에 200억 원을 더하더라도 10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영풍이 환경 개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은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8개월간 처리한 제련 잔재물의 비중은 전체 잔재물의 23.7%에 불과하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잔재물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내년 말까지 잔재물을 전부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2년 말 환경부는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내주면서 2025년 말까지 제련 잔재물을 모두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석포제련소는 이달 초 대구지방환경청 수시 점검 때 황산가스 감지기를 끄고 조업을 한 사실이 적발돼 60일 조업 정지에 이어 ‘10일 조업 정지’를 추가로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환경 개선 사업에 7000억 원 투자하고 있다’는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숫자를 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며 “정말 억울하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환경 개선 사업비를 7000억 원으로 책정했는지, 매년 어디에 쓰고 있는지, 그 효과는 무엇인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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