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임종룡 회장 등 현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검찰이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늑장보고를 한 혐의를 받는 조병규 현 우리은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데 이어, 임 회장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임 회장의 거취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김수홍)는 지난 18일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우리은행의 불법 대출과 사후 조치와 관련해 우리은행을 압수수색 했다. 지난 8월에 이은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엔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는 물론 임 회장과 조 행장의 사무실도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부당대출과 관련된 내부 문서와 결제 기록,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한편 불법 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성모 전 부행장을 구속 기소했다. 성 전 부행장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154억여원의 불법 대출을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우리금융 계열사들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혹은 개인사업자 차주에 600억원대 대출을 취급했다. 검찰은 그 가운데 450억원 가량이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취급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검찰이 조 은행장과 임 회장의 집무실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해 수사 대상을 현 경영진으로 확대한 것과 관련, 임 회장의 거취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임 회장은 피의자 신분이 아니지만, 향후 검찰 수사에서 ‘보고 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임 회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손 전 회장 부당대출 건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수시검사 중에도 손 전 회장 처남과 관련한 부당 대출이 신규 분할 취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취급일은 올해 9월로 추정되며, 대출규모는 18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수시검사를 실시해 왔다. 우리은행에 대한 당국의 대대적인 검사중에도 부당대출이 신규 취급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잇따른 금융사고 및 경영 참사 논란이 제기되면서 임 회장의 사퇴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사퇴 관련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의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에 이어 지난 6월에는 김해지점에서 17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임 회장이 지난 7월 하반기 그룹 워크숍에서 횡령사고와 관련해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의 신념을 통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의식 내재화를 호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임 회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우리은행의 금융사고는 지난 6월 100억원대 횡령사고와 손 전 회장의 부등대출 의혹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네 번이나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55억59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데 이어 11월에도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사기 혐의로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 금융사고와 관련해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응하는 방식을 볼 때 과연 발본색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끼리끼리 나눠 먹기 문화가 팽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직에 개혁 의지가 있는지, 매니지먼트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고 비난한 바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