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땅 속에서 발견된 수상한 구슬
1345년 고려시대에 건축됐다는 전북 익산의 숭림사. 지난 2002년 불상이 위치한 단상 아래 마루를 수리하기 위해 이를 뜯어냈는데, 그곳에서 야구공보다 작은 크기의 금속 구슬 3개가 발견됐다고 한다. 구슬은 지름 6.5cm에 무게 1.7kg 정도였는데, 성분 분석 결과 순도가 상당히 높은 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한 번도 마루를 뜯어낸 적이 없었고, 그 아래로 들어갈 방법은 손바닥 만한 환기구뿐이어서, 건축 당시 절터의 나쁜 기운을 누르기 위해 누군가 묻어놓은 것으로 추측된 구슬. 하지만 그 모양이 완벽한 구형에 가까웠고 표면도 매끄러워, 고려시대에 제작된 게 맞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누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그곳에 구슬을 남겨둔 걸까.
▲ 누군가 한반도 전역에 구슬을 묻었다?
정체불명의 구슬이 발견된 것은 숭림사만이 아니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조성된 절터 약 30곳에서, 100개에 달하는 동일한 크기와 무게의 납구슬이 출토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주로 보수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납구슬의 정체에 대해, 불교문화유산 전문가들도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러 경전들에서 보배로운 구슬 얘기가 나오는데, 납으로 만들었다는 건 드물고 전례를 찾기가 어려워요." - 이재형 법보신문 기자
그런데 납구슬이 발견된 곳은 사찰만이 아니었다. 불교와 무관한 충남의 한 산에서는 등산로부터 계곡 물 속에 이르기까지 야트막한 곳에서 수백여 개의 납구슬이 발견됐다. 머리카락 두 개 정도인 0.2mm의 오차를 가진 정교한 납구슬을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에 묻어둔 이는 누구인 걸까? 혹시 과거부터 내려오는 어떤 비밀 조직의 소행인 걸까?
▲ 영험한 보주(寶珠)인가, 험악한 저주인가
"일제강점기에 '고적 조사'라는 명목으로 손을 댔던 유적에서 주로 납구슬이 발견되는 거 같아서, 그것도 검토해봐야 하겠죠." - 한정호 동국대 고고사학과 교수
납구슬의 정체에 대해 과거 포탄의 일종이거나 무속인이 매장한 무속의식의 산물일 것이라는 설부터, 일제 강점기 쇠말뚝 괴담처럼, 한반도의 혈을 끊기 위해 일본인이 묻어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납구슬은 불교의 융성이나 나라의 안녕을 염원하는 보배로운 구슬인 것일까, 풍수적인 목적에서 누군가가 땅의 기운을 달래기 위해 묻어둔 부적 같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저주나 비방의 목적으로 의문의 존재가 몰래 숨겨둔 삿된 도구인 것일까?
오늘(23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의문의 납구슬 미스터리를 들여다 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