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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대신 자본시장법부터 개정해야"…입장 선회한 이복현

2024-11-28 17:21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그동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주장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원장은 28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 논의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을 발단으로 시작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주장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이어 그는 "주주 보호 원칙을 자본시장법에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에 사안이 있을 때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적 분할 시에는 상장 차익을 모회사의 주주들이 공유받을 수 있는 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기존의 입장과 다소 상이하다. 이 원장은 그동안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상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경제상황이 엄중한데 지나치게 소모적인 방식보다는 다수의 이해 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장법인의 합병 등에 한정하면 경영 위축 등의 우려를 한층 덜어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용이한 만큼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고, 이사의 면책 보장으로 적극적인 경영활동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고려아연 인수합병(M&A)을 시도 중인 MBK파트너스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금감원은 그동안 고려아연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및 회계심사 등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몇 차례 냈지만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당국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산업군은 기간을 20~30년으로 길게 봐야 하는데, 5년, 10년 내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화두로 삼아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금융자본이 기업을 인수한 후 단기간에 재매각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태가 궁극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영풍 측의 환경오염 손상차손 미인식과 관련한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해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히 회계 부적정 처리에 대해서 결론을 내겠다"며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이나 MBK·영풍 중) 어느 쪽이 됐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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