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지난 9월 13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한 이후 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 법률에 대한 입법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당장 새누리당의 5대 입법안에 대해서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합의안과 달라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동반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노동개혁을 저지하겠다는 상황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2대 쟁점(임금피크제, 공정해고)에 관해서도 향후 정부와 노동계가 협의를 거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은 산 넘어 산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노사 간 불신 그리고 노조로 인해 개혁을 단행할 수 없는 구조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비슷한 난관에 계속해서 봉착하게 될 것이다. 갈등과 대립에서 협력과 상생의 노사문화로의 전환이 요구되며 동시에 법적으로 노사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노사관계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환기하는 동시에 현재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법적 과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선진 노사관계 구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은 사실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합리적인 노사관계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조영길 아이엔에스 법무법인 변호사의 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진정한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법적과제
1. 서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개략적 내용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2015. 9. 13.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9.13.합의”)과 뒤이어 새누리당이 제출한 이른바 5개 노동개혁 법률안(노동개혁법률안)에 담겨져 있다. 9.13.합의와 노동개혁법률안에 대하여 노동계는 전반적으로 강력 반대를, 경영계는 적지 않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주요 내용을 보면 노동시장의 주요문제를 노동시장의 비효율화 및 노동시장 내 기업규모(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고용형태(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에 따른 양극화 심화로 인한 미래세대의 취업난으로 진단하고, 그 해소를 위해 취약계층 근로자 보호,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근로시간 단축 등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목되는 쟁점들은 정년연장 의무화에 대한 채용 급감 대책으로 임금피크제 확대 합의, 근로계약 해지 기준 명확화, 취업규칙 개정 요건 명확화, 통상임금 기준 판례 내용 반영 명확화,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기간제 근로자 사용한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및 일부 업종(여객운송사업) 사용금지, 파견 허용 업종의 일부 확대(뿌리산업 등) 등이다(9.13.합의문).
아직 국회통과과정이 남아 있는데 새누리당 법률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주로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려는 야당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법률적 관점에서 현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어떠한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근본적으로 보완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노동법 개선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근본 원인과 그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2.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평가
1) 평가기준
노사관계 관련 법률이 마땅히 가져야 할 핵심 내용은 당사자인 누구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과 타당성이다. 타당한 법률만이 노동시장이 가져야 할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노동법이 노사관계 당사자 일방을 편향적으로 과보호하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경우, 필연적으로 다른 당사자 일방은 불의한 법률로 인해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 받게 되고 노사 당사자 공동의 발전을 어렵게 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노동관련 법률제도를 면밀히 연구하여 특히 주요 경쟁 선진국에서 검증된 내용을 기초로 선진국 수준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가지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나가야 할 책임을 진다. 선진국 수준의 검증된 공정한 노동법적 관점에서 현 정부의 노동법 개정 과정을 보면 심각한 수준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 강성, 귀족 노조의 존재와 영향력을 감안한 해외 기업은 한국으로의 진출을 꺼린다. 심지어 강성, 귀족노조가 싫어서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다반사다. 사진은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에 나와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2) 법률 개정을 이해관계 당사자의 합의에 맡기는 위험함
공정한 법률은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되,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난 국가기관(국회, 정부, 법원)이 공정하고 타당한 내용을 이에 반대하는 당사자들의 저항에 맞서서라도 수립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기존의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법률에 의한 이익을 누리는 당사자들 스스로가 부당한 기득 이익을 침해하는 공정한 법률 개정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법률 제정의 책임은 다수 집권당이 책임지고 추진하고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대의제의 책임정치 원리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노사정위 제도를 도입한 이래 노동관련 법률안에 대하여 역대 모든 정부는 노사정위를 통해 합의안을 먼저 마련하게 하고, 국회에서는 노사정위 합의안을 반영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현 정부 역시 동일한 법률제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 당사자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기존 법률을 의미 있게 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개정안에 합의하도록 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마련이어서 공정한 개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9.13.합의문에는 기존 합의문의 내용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 외에도 정부가 향후 법률안 마련시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노사와 협의를 거친다는 표현의 합의가 곳곳에서 발견된다(근로계약해지 등 기준 절차 명확화,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취업규칙 개정 요건 절차 명확화 등). 헌법이 국회, 정부에게 부여한 입법권을 사실상 포기하였을 뿐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원칙에도 반하는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김인영, 2015). 노동개혁을 성공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택한 방법인, 집권 정부가 부당한 기득권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책임 있게 추진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있는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3) 효과가 미약한 내용들
노동개혁의 대표적 내용으로 거론되는 임금피크제는 현 정부가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할 때 채용급감 대책으로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내용을 누락시킨 오류를 범하고, 이제와 구속력 있는 법률이 아닌 가이드라인 등으로 다소 완화시키려 하는 것이므로 현 정부 개혁이라기 보다는 현정부 입법 하자에 대한 일부 보완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이를 노동개혁의 대표적 내용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 의아하다.
해고 기준 완화나 취업규칙의 불리한 개정 기준 완화는 노동법 대원칙상 입법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모든 근로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근로조건 안정성을 심리적으로 중대하게 위협하여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과 반발을 유발하는 반면, 성공하더라도 고용창출이나 과도한 근로조건 개선 완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노동시장의 효율화를 의미 있게 높이고 많은 고용을 창출했다는 해외의 검증결과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를 단지 1회 연장하여 4년까지 완화하는 것은 주요 경쟁국의 제한(독일 2년, 3회 갱신 6년까지 가능, 영국 4년 이후 정당사유 있으면 반복 갱신 가능, 일본 5년 한도 이후 갱신 가능, 미국 제한 없음)에 비해 완화 정도가 미미할 뿐 아니라 여객운송업에 사용금지를 하는 방안은 유례가 없는 과도한 제한이다.
파견법 개정안 역시 주요 경쟁 선진국(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제조업까지 완전히 자유화한 것에 비하여 극히 일부 업종만 완화하는 안이다.
통상임금 기준 명확화라는 것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을 그대로 법률로 만든다는 것이니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치 않다.
요컨대 노동시장 효율화나 새로운 고용창출에 대한 기여 효과가 충분히 기대되지 않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4) 중대한 부담을 주는 위험한 내용들
반면, 노동시장에 중대한 부담을 주는 내용들은 적지 않게 발견된다.
기간제 근로자를 철도, 선박, 항공기, 자동차 등 여객운송업에 일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주요 경쟁국들에서 전혀 채택하지 않은 과도한 제한으로서 해당 부분의 노동시장을 심각하게 경직시켜 고용을 위축시킬 것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시간으로 강제로 편입시켜 연장근로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은 경쟁국 일본에서도 하지 않는 규제이다. 일본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지 않는다. 휴일근로를 빈번하게 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 많은 중소, 중견 한계 기업에게 과중한 부담을 줄 것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면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은 중복 할증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 될 수 있다. 노동계는 이를 통해 휴일근로 할증을 50%에서 100%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안이 후퇴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연장근로 할증이 ILO 권고안이나 일본 등 25%에 비하여 과중한 50%인데 휴일근로 중복할증으로 100% 할증이 의무화되면 모든 제조업, 특히 중소 중견 기업에게 주는 부담은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에 의하면 중복할증이 의무화되면 매년 12조3000억원 이상의 부담이 늘어나고 그 중 70%인 8조 6천억원이 300인 이하 중소사업장에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한바 있다(변양규, 우광호, 2015).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냈지만 노동부분은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진통 끝에 이루어낸 대타협이 청년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선진화의 전기가 되도록 입법과 행정지침 마련 등 후속조치 추진에 전력에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9.13.합의문은 상시 지속업무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비정규직 남용은 억제하기로 합의하고, 근로시간 특례 업종은 26개업종에서 10개업종으로 축소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바, 이는 전세계 유례 없는 규제일 뿐 아니라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되게 만드는 안이다(남성일, 2015).
노사정 협의대상이 아닌 공공조달계약의 종합심사낙찰제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시키고,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최저임금제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하는 등 협상 범위를 일반 공공조달업무, 자영업자, 최저임금위원회 영역 등까지 과도하게 확장시키고 있다(남성일, 2015).
특히, 노사정협의체를 청년, 비정규직 참여 확대, 업종별 운영 활성화, 고용정책 수립에 참여 등을 통해 법률에도 없는 영역까지 노사정협의를 통한 입법기능 확대까지 가능토록 하는 합의까지 포함되어 있는데(남성일, 2015) 의미 있는 개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가동될수록 노동시장에 부당한 부담을 주는 노사정위 체제의 확대 방침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5) 누락된 진정한 핵심 내용들
반면, 선진국가에서 채택되어 노동시장의 효율화를 높이고 고용창출에 의미 있게 기여한 핵심적인 개혁적 제도들은 거의 빠져 있다. 노동개혁의 대표적인 제도들은 파업 등 쟁의행위 중의 대체근로 자유와, 파견근로자의 제조업 등 모든 사업의 자유화, 기간제 근로의 사용 기간 및 사용 사유의 자유 확대, 근로시간 규제 없는 면제 근로자 허용 확대 등은 의제들에서 완전히 빠져 있거나 핵심 내용들은 중대하게 누락되어 있다(2015, 박기성, 2015, 남성일). 보완되어야 할 이유는 다음 항에서 살펴 보기로 한다.
6) 종합 평가
현 정부의 노동개혁은 내용에서 주요 노동개혁에 성공한 선진국에서 검증된 중요한 내용들은 대부분 빠지고, 효과가 미미하거나 의심스러운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고, 오히려 노동시장의 공정화를 통한 효율화에 중대한 부담을 주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것이 정확한 모습이다. 일반 국민들은 현 정부의 노동개혁이 주요 선진국에서 검증된 핵심 내용들이 대거 빠져 있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내용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되 노동계의 강한 반발 없이 합의나 묵시적 동의나 낮은 저항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노사정위라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합의 방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노사정위에서 합의를 하기 어려운 의제들은 마땅히 해야 할 내용도 외면하여 처음부터 의제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사정위 합의과정에서 개혁의 효과를 대거 후퇴시키는 내용도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9.13. 합의문은 정부와 국회가 헌법이 부여해준 입법 권한과 국민에 대한 참된 책임을 외면하고 이를 노사정위라는 이해관계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방법으로 만들어 낸 실제로는 개혁이라고 할 수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진정한 노동개혁이 결코 아니다. 노동개혁의 외양만 있고, 진정한 노동개혁의 내용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3. 보완되어야 할 내용
주요 경쟁국가들에서 고용창출이나 근로자들간 격차 완화를 위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 바 있는 검증된 실제 법제도 사례들로서, 현재 추진 중인 노동개혁방안에서 누락되어 있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타당한 법제도들을 시급히 도입하는 과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1) 고용창출이 검증된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의 파견 완전 자유화 도입
파견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독일, 일본 등은 파견고용을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허용했던 영국, 미국 등을 본 받아 파견법을 제정하고, 2003년도 초에는 파견근로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법제도를 도입했다.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에 파견 근로를 가능하게 하고, 그 사용기간의 제한을 없애는 법과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기존 고용형태들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파견근로자들의 수가 급증하며 많은 실업자들을 실업상태에서 해소시켰다. 파견근로자들의 고용증가 숫자가 독일, 일본 각각 50여만, 70여만 명이 넘게 급증하며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고용을 제공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바 이 제도의 실제 효과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이 파견근로를 제조업종까지 완전 자유화 한지 12년 이상이 지나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파견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낡은 규제를 계속 가지고 있다. 허용되지 않는 업종의 파견근로에 대하여는 불법파견으로 규정하여 사용자에게 기간의 제한 없는 근로자로 채용의무를 부담시키는 등 민형사상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래의 대법원도 적법도급과 불법파견의 구별문제에 대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대한 소송들에서 불법파견의 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적법한 도급의 범위는 계속 축소하는 방향으로 판례 법리를 변화시켰다. 독일 등 주요 경쟁 선진국에서 불법파견을 축소하고 적법 도급을 확대해온 법원 태도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수 많은 사내 수급인 회사소속 근로자들이 도급인 회사의 근로자로 확인을 구하는 민사, 형사 소송들이 전국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경쟁 국가들에서는 발생하고 있지 않다. 파견 근로를 경쟁 선진국 수준으로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개선되면 우리의 주요 경쟁 국가에는 거의 없는 불법파견 소송들로 인한 부담도 줄여주게 될 것이다. 이른바 독일 하르츠 개혁에서 고용창출 효과를 가장 크게 거둔 제도의 하나이고, 이미 경쟁국에서는 12년 전에 도입한 제조업을 포함한 파견의 완전자유화는 노동개혁 과제에서 누락되어 있고, 단지 제조업금지는 유지한 채 파견허용업종만을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것만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제조업 등의 파견자유화는 노동개혁의 과제로 시급하게 추가되어 지금 시행되더라도 많이 늦은 상황이다.
▲ 바른사회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선진 노사관계 구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은 사실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합리적인 노사관계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 |
2) 통상임금 분쟁의 근원적 해소를 위해 시간적 한도(1개월)의 명확한 설정과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중복 시 중복할증 없다는 법적 기준 명확화
지금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업장들은 전국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규모의 통상임금 분쟁에 휘말려 있다. 정기상여금 등 특정 임금 항목을 통상임금에 추가하라는 소송들인데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법적 분쟁중이거나 임금 협상의 합의가 어려운 난제가 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분쟁 사례이다. 그 원인은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의 기준인 통상임금에 대해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일본과 같이 1개월이라는 시간적 한도를 명시하지 않은 입법상의 미비점을 근거로 노동계가 소송을 제기하여 1996년부터 대법원이 갑자기 1개월이라는 시간적 한도를 없애며 통상임금 산입의 확대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가장 명백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률이나 시행령에서 일본처럼 통상임금은 1개월의 지급기 내에서 지급된 임금만 해당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시행령을 해석하여 통상임금에 관한 1개월 제한을 해소했어도, 시행령 입법권자인 정부나 법률 입법권자인 국회는 통상임금에 대한 전 국가적 임금 분쟁 해소를 위해서 외국 사례를 참고하여 시행령과 법률로 기간적 제한을 1개월로 타당하게 설정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통상임금에 대한 시간적 제한을 1개월로 제한하는 방안 역시 노동개혁 방안에서 빠져있는데 추가로 설정되어야 한다.
또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아 법으로 중복 할증을 강제하는 것 역시 주요 경쟁국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는 중복 할증되지 않는다는 지난 60여년간의 노사간의 공동인식과 관행을 깨고 일부 하급심 법원들이 중복할증을 인정하는 새로운 판결들을 선고하고 있다. 관계법령으로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는 중복 할증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데 새누리당의 법률안에서 이 부분이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의 50%라는 과도한 수준의 할증율을 경쟁국 수준인 25% 내외라는 합리적 수준으로 저하하는 방안도 누락되어 있는데 보완되어야 한다.
3) 대기업 강성 정규직 노조의 과보호 완화를 위한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의 금지를 선진국 수준으로의 자유화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소속 무기근로자들과 중소기업 소속근로자들이나 파견, 기간 등 임시근로자들 사이의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소위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보호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대기업 소속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력한 노조를 형성하여, 과도한 수준의 근로조건 향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행사하는 합법적인 쟁의행위의의 남용을 사용자들이 적정수준에서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 허용이 국내에는 인정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기업 강성 노조 사업장에서 임금 등 과도한 근로조건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OECD의 모든 국가들의 경우 노조의 과도한 수준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압박을 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쟁의행위 대체허용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97년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래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신규채용, 파견활용, 하도급 등)를 금지시키고 있다. 그 결과 강성노조가 합법쟁의권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기업들이 강성노조의 과도한 근로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기업은 이로 인한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강성노조가 대변하지 않는 근로자들인 기간제, 파견근로자, 사내 및 사외 도급내지 협력회사의 근로자들의 근로조건들에게 강성 노조에게 빼앗긴 부담을 전가시켜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조건들의 격차는 더욱더 커지고 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강성 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부당하고 과도한 근로조건은 대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양보하는 방법으로 개선되는 전례를 발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개별 사업장에서 사용자들이 과도한 근로조건을 수용하지 않고도 임단협을 종결시킬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인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허용이 시급히 인정되어야 한다. 본래 사용자에게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로서 주요 경쟁국가, OECD국가를 통틀어 우리나라만 금지되고 허용되는 제도이다. 이 낡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소위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 강성노조 사업장의 근로조건의 과도화를 억제할 수 있는 검증된 유효한 제도적 방안이다. 이 역시 노동개혁에서 누락되어 있는데 시급히 추가되어야 한다.
4)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민에 대한 선진국 수준의 개방 추진
장기간에 걸친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소비인구 및 생산종사 인구가 격감되고 노령화로 인한 국가 경제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장기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인구의 노령화와 출산율 격감에 따른 생산 및 소비 인구의 감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국인이 기피하고 있는 업종들에는 구직난이 아니라 구인난이 심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각종 산업에는 저개발 외국 출신의 근로자들의 채용수요가 크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영주권을 받아 정주(영주)할 수 있는 이민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국내 외국인근로자들은 국내에 정주하지 못하고 일정 기간 후 본국으로 귀국할 수 밖에 없어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얻은 소득들이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대부분 송금되어 국내 소비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 용이하게 정주할 수 있도록 이민 제한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하여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민에 대하여 개방적인 법제도를 취해 급감하는 출산율로 인한 생산인구 및 소비인구 감소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계속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의 국가들이다. 반면, 이민에 대하여 우리나라와 같은 폐쇄적인 법제도를 취해 급감하는 출산율로 인한 생산과 소비 인구 감소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지속적인 경제 침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우리나라도 저개발국가일 때 더 개발된 선진국으로 이민을 많이 나갔다. 만일 선진국들이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폐쇄적인 이민정책을 취했다면 선진국으로의 이민을 통한 유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민을 주관하고 있는 법무부에서 범죄율이라는 지표만을 가지고 이민에 관하여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국가 이기적이고 경제적으로도 악영향을 초래하는 외국근로자들의 이민을 대단히 어렵게 하는 제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는 방안으로 시급히 개정되어야 국가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가능해진다. 인구감소에 따른 고용률감소 대책으로 검증된 이민제한의 완화가 노동개혁과제에서 누락되어 있는데 개혁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5) 노동개혁 추진의 절차에 대한 제언-노사정위 입법관여 배제 및 정부의 책임 있는 추진 필요
노동관련 법과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할 책임을 진 정부와 국회가 그 추진 과정에서의 당사자들의 강한 저항과 반발을 피하려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부당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이해당사자의 협상을 통하여 추진하려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다. 집권 정부는 사명감을 가지고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마땅한 안을 마련한 후 국회 입법 과정을 통하여 책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개혁을 이루어 낸 거의 대부분 국가들은 노사당사자들의 합의 과정을 통해 이룬 것이 아니라 집권 정부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대하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당사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뚫고 타당한 법과 제도를 과감하게 제정 시행한 경우가 훨씬 많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추진 절차에 대한 부당한 저항을 감수하는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입법추진이라는 검증된 방법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기업 강성 노조 사업장에서 임금 등 과도한 근로조건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기존 노동제도의 한계가 존재한다./사진=미디어펜 |
4. 노동편향적 법제도의 유지 및 양산의 근본원인과 대책
국내 노동관련 법과 제도는 주요 경쟁선진국들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과 비교해 보면 현저할 정도로 노동편향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고, 새로 제∙개정되는 법률들도 전체적으로 보면 노동을 과보호하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수십년간 노동관련 법과 제도에서 노동 편향성이 강화되는 주된 원인들을 살펴 보면 노동법학의 노동편향성 심화와 국회의 노동편향성 심화를 들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이후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계급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계급투쟁주의 이념을 따르는 세력들이 대학의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장기간 잡아 옴에 따라, 노동관련 법학, 경제학 등에서도 노동자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관점을 가진 학자들이 노동법학계에서 다수를 점한 지 오래되었다. 또한 계급투쟁주의를 지향한 학생운동권 출신 세대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함에 따라 국회에서(특히 환노위에서) 노동편향성이 심화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 결과 국내 노동법이 주요 경쟁 선진국의 타당한 법률과 제도에서 크게 벗어난 지 오래되었지만,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학계와 정치계의 다수 의견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법학계와 국회 상황이 이러한 상태에서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저항과 반발이 덜한 방법만을 택하려 하기 때문에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할 때마다 정작 마땅히 포함되어야 할 핵심적 개혁적 내용들은 합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거 누락되고, 더 편향성이 심화되는 법제도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세력들이 노동법학과 노동관련 정치계의 편향성 극복을 위한 인적, 물적 지원과 투자를 집중 확대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으면 노동법 제도의 편향성 때문에 대한민국의 지속 성장은 중대한 장애에 직면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특히, 편향적인 노동법 제도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경영계,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업계는 노동법학 및 노동관련 정치계가 선진국 수준으로 공정화∙타당화되도록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 조직을 구성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 불공정한 법제도의 피해자 자신들이 절박한 목소리를 전문적인 근거를 가지고 강하고 명확하게 내지 않으면 그 만큼 개선은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경영계가 노동법학 공정화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위한 큰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5. 결 론
현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핵심적인 내용이 대부분 빠져 있고, 절차도 이해관계당사자들의 합의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적지 않은 새로운 부당한 부담을 노동시장에 지우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노동분야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효율성의 악화로 성장동력이 심각하게 약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노동관련 법 제도 개선에 있어서 집권 정부와 정치계가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부당한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마땅히 해야 할 선진국 수준의 타당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지혜롭고 책임감과 용기를 가진 애국적인 정치인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또한, 노동법학과 관련하여 특정한 당사자의 이익을 편향적으로 보호하려는 당파적 자세에서 벗어나 국가의 장기적 미래를 보며 공정한 노동법 개정 방향을 용기 있게 제시하는 노동법 학자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전문성 있고 용기 있는 학자들이 많아지도록 정부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가장 큰 피해당사자들인 경영계, 특히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각성과 분발이 있기를 소망한다. /조영길 아이엔에스 법무법인 변호사
참고문헌
김인영, “노동개혁을 위해 국회 환노위도 바뀌어야 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2015. 9.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