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탄핵정국으로 잠잠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이 다시 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이 탄핵정국으로 미뤄진 만큼 속도를 내 연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재계는 마지막까지 상법 개정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꾸준하게 피력한다는 방침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국회의장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남을 갖고 있다./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17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민주당은 상법 개정 관련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지난 4일 여는 것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무산되면서 개최 일정이 늦어졌다.
토론회는 오기형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이 발제한 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직접 참석해 사회를 맡을 계획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현재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에서는 상법 개정이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요 경영활동에도 소송이 남발할 수 있고, 해외 자본의 경영권 공격 위험도 커질 수 있어서다. 소송이 남발할 경우 기업들은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져 성장동력 확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지난달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으며, 올해 안으로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로 인해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이 국회 내 주도권을 가진 데다가 대통령 거부권까지 사라지면서 최대 변수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한 총리가 국회 통과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소추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재계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있었지만 탄핵 가결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고 걱정했다.
결국 재계는 상법 개정의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 최대한 개정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재명 대표와 만나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손 회장은 “우리 사회에 불안감이 더 확산되지 않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와 경영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국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시길 바란다”며 “특히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같은 사안들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17일에도 손 회장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남은 갖고 “기업인들이 정부와 국회를 믿고 안정적인 투자와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장님께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같은 사안들은 국회에서 좀 더 신중한 검토를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우 의장과의 간담회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참석해 상법 개정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경제계가 우려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 시간을 마련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재계는 상법이 개정되더라도 재계의 우려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개정안 통과 저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재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며 “민주당에서도 이번 토론회에서 나오는 재계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밝힌 만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