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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이념 전파 '위험한 교실'도 문제다

2015-10-18 11:32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정치·교육계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참여연대는 유엔 문화권 특별보고관에게 한국정부에 국정교과서 제작 중단을 요청해 달라는 긴급청원서까지 보내는 등 국제적 망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제 나라 역사를 남의 손에 맡겨 판단을 받아 보자니 그야말로 이 나라 역사는 죽었다고 할 만한 일이다. 학계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반으로 나뉘어 지지와 집필 거부 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지켜보자니 무언가 빠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사 기술의 편향성을 불러일으킨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은 그야말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건국을 부정하거나 북한에 대한 우호적 기술 등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교과서보다 더 무시무시한 카르텔이 자리 잡고 있음을 간과하는 모양새다.

역사교과서는 다양하다. 그동안 역사·한국사 교과서는 여러 출판사에서 만들어 국가의 심의를 거친 후 학교에서 선택해왔다. 역사 9종, 한국사 8종이나 된다. 선택의 문제다. 그런데 이 선택의 문제가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교학사교과서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현장에서 철저히 매도되고 배제됐다. 경도된 학교현장의 교육현실 모습이다. 교과서와 또 다른 교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박정희가 그때 죽어버렸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죠. 우리 언니(박근혜 대통령)는? 태어나기도 전이다. 태어나 보지도 못하는 거였는데 살려줬다”고 막말을 넘어 역사에 테러를 가하고 있는 한홍구 성공회대 강연 동영상. /사진=KBS 캡쳐
지난 9월 18일 서울 강남의 한 고교 역사 수업시간에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의 ‘세월호를 통해 본 한국현대사’ 동영상으로 수업은 그냥 우연일까? 이날 수업시간에 틀어진 동영상 내용 중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세월호 선장 이준석에 비유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했어야 한다는 내용이 여과없이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에 학생들이 제보한 편향 교육 사례는 불행하게도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제보한 사례를 대략 살펴봐도 교실 수업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아래는 학생들이 블루유니온에 제보한 사례다.

▲강남 한 중학교 사회교사-“왜 지네(미국)는 핵 있으면서 남은 못 가지게 하나. 북한은 왜 핵 가지면 안되나. (미국이) 북한은 함부로 못 건드리잖아”라며 북한 핵 보유를 두둔한 경우
▲서울의 한 고교 교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세습 관계라고 하면서 “우리나라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국기에 대한 경례 이런거 안하려고 하지 않느냐. 국기만 보면 열 받으니까. 이 딴 나라가 다 있다고…”라고 얘기한 경우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8월 목함지뢰 매설로 군인들이 부상한 것에 대해 수학교사가 “지뢰는 북한이 설치한 게 아니다”라고 한 경우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가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무식한 사람이다. 그런데 경상도 사람들은 무조건 다 뽑아준다”고 말한 경우
▲울산의 한 국사 교사가 “쥐새끼, 미키마우스(이명박 대통령을 지칭)는 대통령직 끝나면 감옥에 갈 것이다. 수업 내용을(외부에)말하면 내 교직이 끝날 수 있으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고 한 경우
▲부산의 한 고교에서 수학시간에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 다큐멘터리를 틀어준 경우

   
▲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가 16일 광화문 청계광장 앞에서 주최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기자회견에서,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 회원 일동은 입을 모아 정부의 중학교 역사 과목,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사진=미디어펜
교실수업의 현실은 이렇다. 결국 역사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교과서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학교에서 왜곡 없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게 일부에서 부르짖는 다양성 교육인가. 역사는 다른 과목과 달리 교사의 가치관과 정치 성향에 따라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때문에 중립적인 교육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선 교실에서는 역사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의 교사들도 수업 시간에 편파적이고 부적절한 언행을 한다는 지적은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좌우를 불문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은 학생들에게 혼란과 갈등, 불신만 초래하는 것이다.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이 운영하는 ‘선동·편향 수업 신고센터’에 중고교생들이 제보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 좌편향적이거나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이다. 이를 보면 역사수업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한 고교에서는 수학 교사가 수업 시간에 ‘백년전쟁’을 보게 했다고 제보했다. 백년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회주의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해 역사왜곡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의 다큐멘터리다.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대해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식으로 가르친 교사들도 있었다. 따라서 한국사 교과서를 제대로 잘 만드는 일과 함께 교육 현장에서의 역사 교육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일선 교사들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이 수업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은 더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중립적이고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도 교사가 교실에서 편향적으로 가르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우매한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고, 지혜로운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많은 역사교육학자들도 “역사는 지혜의 보고”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역사 과목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고 있을까? 토론이 없는 우리 역사교육의 교실 현장은 그야말로 교사 개개인의 생각이 여과없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래서는 아무리 좋은 교과서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맞물려 돌아가야 할 중요한 한 축은 바로 편향되지 않는 교실수업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각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역사란 누구의 편도 될 수 없다. 승자들이 더 이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를 갖는 것도, 패자들이 억울함에 기대어 역사를 비트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올바른 역사만이 살아서 꿈틀대며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 희망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고 그에 못지 않게 올바른 역사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다. 학생은 이념에 찌든 교사들의 실험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나갈 미래임을 교실에서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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