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신당 창당의 기치를 올린 천정배 의원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완전히 등을 돌릴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반면 안철수 의원과의 팽팽한 신경전은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 교수까지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고 나서 싸움의 양상은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표의 행보를 보면 안철수 의원과의 거리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의 그동안 스타일은 지나치게 신중하고 고뇌하는 형이었으나 점차 전투형으로 바뀌고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고교 1년 선배이자 정치 파트너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 “친일·독재의 후예”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강동원 의원의 ‘대선개표 부정’ 의혹 제기에 문재인 대표는 “대선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지금까지 강력하게 남아 있는 의혹들이 있다. 그것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여야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야당 내에서조차 “역사교과서 문제에 가족사를 끌어 들이는 것은 자제하자”는 일부 의견을 무시한 채 21일 당 회의에서 또다시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과 독재의 가족사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집착한다고 믿고 있다”며 재차 불을 지폈다.
당내 혁신안을 놓고 시작부터 안철수 의원과 사사건건 대립했던 문재인 대표는 지난 17일 혁신안을 반대하는 비주류측을 향해 “기득권을 깨려 하니 변화에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며 “당내에 비노는 있지만 친노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신당 창당의 기치를 올린 천정배 의원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완전히 등을 돌릴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반면 안철수 의원과의 팽팽한 신경전은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 교수까지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고 나서 싸움의 양상은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안철수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토크콘서트'에서도 “문재인 대표에게 가장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 자신”이라면서 문 대표가 자신의 혁신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간의 혁신안을 놓고 벌이는 기싸움에 조국교수까지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거리는 두 사람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조국 교수는 최근 SNS에서 안철수 의원을 향해 "지구가 아니라 화성에 있다"면서 “지난 대선 때 반향을 일으켰던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 '국민의 안철수'가 '비주류의 안철수'가 돼버렸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무엇을 내놓으면 즉각 토를 달고 반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식으로는 잘 안될 것 같다"며 "눈에 힘을 주고 거친말투를 구사한다고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런 모습이 싫어서 과거 '안철수 현상'이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교수의 비판에 안철수 의원은 "조국 교수의 발언은 분열적 사고방식"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낡은 계파구도에서 탈피해 어떻게 하면 더 개혁적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문재인 대표와 함께 싸잡아 반박했다.
전투형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에 맞서 안철수 의원도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받아친 것이다. 독해진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를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당내 역학구도가 심상치 않자 문재인 대표의 눈길은 어쩔 수 없이 악연으로 헤어진 천정배 의원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불과 한 달전만 해도 천정배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는 '너나 잘해라'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라고 말했고 문재인 대표는 "무례한 말"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설전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문 대표의 현 상황은 천정배 의원과 연대 없이는 총선 필패라는 위기감이 작용했고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계기로 의기투합한 형세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와 천정배 의원간의 온기류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천정배 의원의 신당이 구체화 되면 결국 두 사람은 제각각의 길을 가야할 운명이다. 문 대표로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란 이슈로 총선까지 연대를 지속하고 싶겠지만 어차피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다. 안철수 의원은 물론 당내 비주류로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뼈아픈 질책에 시달리고 있는 문 대표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이미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의 전투적 행보가 독해진 안철수 의원, 신당 창당을 앞둔 천정배 의원, 그리고 당내 비주류들의 냉담한 시선에서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당내서는 독불장군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론의 흐름이나 국민의 생각을 거스른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 또 다시 심판대에 오를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