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난 22일 서울 명동의 한 신발매장.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한 여성이 매장에 들어서자 진열된 상품을 모바일로 찍어 메신저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한동안 메신저로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매장 직원을 불러 해당 상품을 가리켜 어눌한 한국어로 “260”을 외쳤다. 매장 직원은 유창한 중국어로 “이 제품의 260사이즈는 품절됐다”고 답했다.
품절 답변을 들은 그는 모바일을 통해 상대와 실시간 상품 정보 공유를 반복한 끝에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서 매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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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패턴이 변하고 있다. 과거 단체관광을 통해 한국을 방문해 ‘면세점’ 쇼핑을 즐겼던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에는 나 홀로 또는 소규모 인원을 구성해 ‘취향저격’ 쇼핑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ABC마트 |
매장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단체 중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나홀로’ 쇼핑객이 늘어났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무조건 상품을 구매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취향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해당 상품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패턴이 변하고 있다. 과거 단체관광을 통해 한국을 방문해 ‘면세점’ 쇼핑을 즐겼던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에는 나 홀로 또는 소규모 인원을 구성해 ‘취향저격’ 쇼핑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는 SNS의 발달과 함께 최근 중국의 자유여행 붐으로 인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을 통해 선호하는 상품을 ‘싹쓸이’했던 예전과 달리 취향에 따라 제품을 까다롭게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도 중국인 관광객 확보 전략에 고심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관광객의 한국방문 목적은 쇼핑이다. 목적은 변하지 않았지만 쇼핑패턴이 바뀌면서 그에 따른 전략을 고민 중이다”라며 “과거에는 한국산 제품이라고 하면 많은 제품들을 대량으로 구입했지만, 최근에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스마트하게 구입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다양한 할인 행사나 즉시환급제 등을 도입해 중국인 관광객 확보에 나서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ABC마트는 중국인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주요 18개 매장에 한해 은련카드로 결제 시 5%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여권을 제시하면 추가로 10%할인을 받을 수 있다.
ABC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여권을 제시하면 10% 할인이 가능하며 은련카드로 결제 시 추가로 5%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주요 매장의 경우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해 쇼핑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편의를 위해 즉시환급제를 도입했다. 즉시환급제를 도입한 매장은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3개 브랜드숍이다. 이들 브랜드는 명동 및 강남상권의 총 18개 매장을 대상으로 즉시환급 시스템을 오픈했다.
즉시환급제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1인당 100만원 한도 내에서 3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의 소액 물품 구매 시 별도 환급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개선된 제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춘절기간에 백화점과 마트를 포함한 주요 상권 매장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즉시환급 시스템을 도입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더 많은 상권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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