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세금 5조 원이 소요되는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사업’ 중 건립과 운영비 등 총 1조 9000억 원이 투입되는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파행을 맞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을 운영할 전당장 임명은 2번의 공모에서도 확정되지 않고 세 번째 공모를 준비 중이고, 민주평화교류원은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전당장 부재로 산하 기관장들의 임명도 미뤄지면서 운영 파행을 겪으며 국민의 세금이 누수 되는 5조 원짜리 골칫덩이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 22일 이와 관련,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진행된 국가사업으로서의 아시아문화전당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이날 오후 3시 대한민국문화예술人(이하 대문예인)은 ‘아시아문화전당의 성공가능성을 묻다’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아시아문화라는 한정된 기획, 지역 이기주의에 휩싸인 인력풀 등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사업 진행 대안들을 제시했다.
성공적 안착을 위해 전국적 공감과 관심 필요
발제자로 나선 왕치선 대문예인 공동대표(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는 제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우려들은 추상적인 사업 목표와 방대한 사업 구조, 복잡한 이해관계로부터 야기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추진배경과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왕치선 대표는 “이 사업이 초기부터 정치적인 공약에 의해서 출발, 시행된 사업이었고 따라서 본질적으로 문화계의 성장과 문화 향유자에 대한 실증적 예측이 전제되지 못한 사업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왕 대표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사업과 관련 “국내적으로는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도시인 광주의 풍부한 문화 자원과 자연환경을 토대로 신 개념의 문화도시를 조성하고자 한다는 취지하에 진행되었으나, 이러한 취지는 광주 이외의 지역에서는 공감대 형성에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했다.
이어 왕 대표는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의 투입과 사업진행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점중의 하나”라며 “이 사업의 참여자들 대부분이 광주시민과 광주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계획수립, 진행 모든 과정이 매우 지역적인 사업으로 외부에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왕 대표가 설명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은 개국 이래 문화에 관련되어 집행된 예산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으로 전체 소요예산은 5조원이 넘는다. 2016년 올해 예산만도 아시아문회중심도시 특별회계 예산안은 709억 5400만원(정부안)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요구로는 아문단 및 문화전당 사업비에 472억 원의 증액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에서는 아시아문화음식지구 조성사업 등에 34억 5천만 원의 증액을, 전당 측에서는 콘텐츠 개발 및 전당 운영비등으로 437억 5천만 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등 예산의 규모는 향후 변동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대한 예산이 얼마나 효율적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매우 크다.
정치적 배경을 지녔다는 점에 대한 논란, 광주에 의한 광주를 위한 사업이라는 비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문화가 경제적 가치 외에 사회통합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더 이상 논란과 비난만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왕 대표는 이어 “본 사업의 실행에 있어서 정부 공무원들이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 구성, 그리고 이를 통한 합의를 도출해낸 점은 모든 공공문화정책에 통용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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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문화전당? 정치적 이유로 탄생한 '5조 원 사업'./사진=대한민국문화예술인 |
한편 패널로 나선 이용남 청주대 객원교수는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출발부터 잘못된 사업이었고 국책사업이 국익이 아닌 지역 문화계의 먹거리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문화전당 사업 파행의 본질은 지역 이기주의라는 문제 제기다.
이용남 교수는 상업성과 공공성을 갖춘 사례로 명동예술극장과 LG아트센터를 들면서 “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무런 색이 없는 무색에 가까우며 광주문화회관 등 기존 지역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는 재탕 수준으로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역대 최대의 세금이 투여된 사업의 자생력을 위해선 법인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지역 문화세력들의 거부로 자생력마저 키우기 힘든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아시아문화전당의 각종 문제들이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역시 이번 사업이 지역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타 지역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사업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국책사업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장 큰 기준은 국민과 국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나선 김병호 ‘극단 즐거운 사람들’ 단장은 “기본적으로는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10년이란 시간동안 전국적 공감 없이 부정적 시선들이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에 팽배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단장은 “2번이나 전당장의 선임이 유보된 것, 적시적소에 적임자가 배치되지 못하고 있는 인사정책의 난맥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사회적 갈등해결 문제가 왜 문화사업으로 승화되어야 하냐”고 반문하며 정치적으로 시행된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 평론가는 “정치사회적 이슈와 문화사업과의 연계는 ‘언제나’ 실패해왔다”며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를 예로 들면서 그런 사업들은 20년 전에 이미 실패한 모델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자국의 정치사회적 입장에 의해 한 지역이 선택돼 그 정치사회적 상징 입지를 바탕으로 문화행사 및 문화공간이 마련된 경우, 전 세계적으로 단 한 번도 이 같은 발상이 성공으로 이끌어진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아시아에 국한된 국책사업의 한계성은 1980년대 386 운동권 세력이 주장하던 미국 문화패권주의를 그대로 베껴온 것”이라며 “사업방향 자체가 잘못 끼운 단추”라고 지적했다.
세미나를 진행한 대문예인 관계자는 “5조 3000억 원이라는 문화사업으로는 역대 최대의 사업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세금 먹는 하마나 5조 원짜리 쓰레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도 문제제시를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관계자는 “막대한 세금이 누수 되고 있고 그 책임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이번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었다”며 “세미나를 통해 전국적인 문제의식으로 이번 사업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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