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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정세균 녹취록으로 정국이 파탄 위기에 처했다.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야당 행동대장 노릇을 했던 사실이 녹취록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법 20조 2항에는 국회의장이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해놓았다. 국회의장은 선수가 아니라 심판으로서 국회운영에 여야 균형을 잡아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못 박아 놓은 것이다. 이건 해석의 여지가 없다.
국회의장은 엄정중립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중에 정 의장이 야당 쪽과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정 의장이 국회법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걸 말해준다. "세월호 아니면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라고 말했다.
정 의장 쪽에선 "의장의 발언은, 정 의장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야당이 그렇게 주장한다는 것을 누군가와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 말이 변명이라는 건 발언을 조금만 뜯어봐도 안다. 중요한 맥락이니만큼 따져 보자. "세월호 아니면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여기까진 야당 주장을 전한 것으로 뵌다.
그 다음이 문제다.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 이 말은 정 의장이 야당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발언이다. 야당 말이 맞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날치기 통과였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날치기는 '더불어민주당 기획', '정세균 의장 주연'의 정치 사기극이란 증거가 나온 것"이라고 반발한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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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녹취록으로 정국이 파탄 위기에 처했다.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야당 행동대장 노릇을 했던 사실이 녹취록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무자격 국회의장
정 의장은 기본적으로 국회법을 지킬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지난 번 20대 국회 개원사에서도 우병우 민정수석이니 사드니 야당 주장을 대놓고 읊더니 이번에도 야당 선수가 돼 김 장관 해임안 날치기를 도와 국회를 마비시켰다. 국회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사사건건 국회운영을 마비시키고 여야 관계를 파탄 내는 갈등과 대립의 원흉이 되고 있다. 이런 국회의장으로 20대 국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나. 이렇게 국회의장과 야당이 짬짜미를 하면서 정부여당과 대통령 탓 할 수 있나.
정 의장은 본인의 편파 개회사 때문에 사달이 났을 때 SNS에 대놓고 이런 말을 했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와 관련된 직접적인 조항이 없다" 그리곤 △국회의장은 당직을 가질 수 없다(20조2항) △위원회에 출석은 할 수 있되, 표결에는 참가할 수 없다(11조)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10조) 등의 3가지 조항만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이런 근거를 들면서 "엄밀하게 따지면 국회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적 근거는 찾기 힘들다" "국회법에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사람이다. 직접적인 중립 규정이 없으니 야당 편을 들든 말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 아닌가.
정 의장은 국회법을 무시하면서 본인 맘대로 국회운영을 끌고 가 작금의 깽판을 쳐놓고도 사퇴할 일 없다고 코웃음을 치고 있다. 국회라는 운동장에서 심판인 국회의장이 애초부터 특정한 선수를 편들려고 작심하고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룰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면서 다른 한쪽 선수를 우롱하고 있다. 심판이 공정하게 심판 볼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도 뛴다면 멍청이 바보로 조롱당해도 싸다.
정 의장은 이제와 국감 연기 운운하고 "국회를 정상화할 의무가 나에게 있지 않느냐"며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새누리당은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기 전에 정 의장 사퇴를 관철시켜야 한다. 국회법 무시 국민무시 자기편 야당의 정치거래나 돕는 오만방자한 무자격 심판은 그라운드에서 하루라도 빨리 퇴출시켜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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