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 가리기 어려워…각양각색 입지조건 주목
[미디어펜=김정우 기자]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3장을 두고 5개 대기업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관세청의 심사 기준과 각사의 경쟁력에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4일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5개 대기업 후보들은 관세청에 특허신청서를 제출해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 롯데월드타워(왼쪽)과 워커힐 전경

롯데와 SK는 지난해 잃어버린 월드타워점과 워커힐의 운영권을 되찾기 위해, HDC신라와 신세계는 용산·명동에 이은 신규점 확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거듭 좌절된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는 분위기다.

이들은 ‘관세법시행령’에 따른 ▲보세화물의 보관·판매 및 관리 능력 ▲관세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명령 등의 위반 여부 ▲재무건전성 등 보세판매장 운영인의 경영 능력 ▲중소기업제품의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정도 ▲중견기업간의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 정도 등의 심의기준 평가를 거치게 된다.

관세청은 심의 결과 총점 1000점 중 600점 이상을 만족하는 후보 중 상위 3개 업체를 선정해 향후 5년 내 기간(임차 시설의 경우 임차기간 내)에 해당하는 특허를 부여할 예정이다. 후보 5곳 중 2곳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경쟁에 뛰어든 각 후보가 내세운 사회공헌, 중소기업과의 상생 계획 등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의 이행 과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면세점 운영 역량과 후보지 경쟁력 등에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면세점 운영 역량…‘경험 vs 성장세’

   
▲ 센트럴시티 전경

보세품의 보관·판매·관리 능력에 있어서는 후보 간 상이한 면세점 운영 경험이 유효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면세점 운영 경험은 롯데, HDC신라, SK 등이 상대적으로 많다. 지난해 처음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받은 신세계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이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특허권을 상실한 송파구 월드타워점만 해도 1989년부터 운영해 지난해 매출 6112억원으로 국내 시내면세점 중 3위였다. 이 외에 소공점도 현재까지 시내 상권의 주요 면세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으로 올해 용산점 운영을 시작한 HDC신라는 ‘AEO(세계관세기구 우수기업 인증)’ 등급 인증을 획득한 호텔신라의 풍부한 운영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다. SK네트웍스도 올해 영업 종료까지 워커힐면세점을 24년간 운영해 왔다.

비교적 신규 사업자인 신세계는 2012년 부산 시내면세점으로 면세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 진출했다. 올해 운영을 시작한 명동점은 일 매출 26억원을 돌파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현대백화점은 기존 백화점, 아울렛 등 대형 유통망 운영 경험으로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업계의 브랜드 유치, 인력 운영 등의 방식이 백화점 등과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운영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랫동안 충분히 준비해 왔고 신규 사업자로서 시장 경쟁을 이끄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재무건전성 등 경영 능력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후보들의 재무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모기업의 자본력 등을 감안하면 경영 위험 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불꽃 튀는 입지 경쟁…강남 수요는 어디로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이다. 이번 경쟁에서 후보들은 모두 시내가 아닌 동남권에 후보지를 선정했다. 기존 송파구 월드타워점과 광진구 워커힐점을 내세운 롯데와 SK 외에 지난해 용산과 명동점 특허를 따낸 HDC신라와 신세계도 강남구와 서초구에 후보지를 택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와 같은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이다.

이들이 동남권을 택한 이유로는 크게 시내 상권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와 국내 관광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여행 패턴이 단체에서 개별관광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식당과 문화 시설 방문 등을 주로 즐기는 개별 관광객들의 강남권 방문이 늘고 있는 추세다.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왼쪽)과 아이파크타워

강남구 삼성동을 후보지로 택한 HDC신라와 현대백화점은 복합쇼핑몰 코엑스, 서울 지하철 2호선, 공항터미널, 다수의 호텔 등과 인접한 만큼 무난하게 높은 점수를 받을 전망이다. 다만 같은 지역에 위치하는 만큼 두 곳 모두 특허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강남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19%에 해당하는 84만여명이 이 일대를 찾았다. 코엑스몰의 쇼핑 수요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평이 있지만 각종 박람회가 이어지는 코엑스 전시장과 SM엔터테인먼트의 시설 등은 여전히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대로 하나를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 HDC신라와 현대백화점은 후보지는 비슷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현대백화점 쪽이 쇼핑 수요를 끌기 다소 유리하다. 무역센터점이 강남역, 잠실 등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코엑스몰, 호텔 등과 연결되고 배후에는 공항터미널을 두기 때문이다. HDC신라는 후보지인 아이파크타워 바로 옆에 위치한 옛 한국전력 부지에 들어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가 가장 큰 우군이다.

매장 경쟁력 면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 3개 층에 총 1만4005㎡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인 반면, HDC신라면세점은 아이파크타워 지상 1~6층 약 1만3000㎡에 들어선다. 전체 규모는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층수가 적은 편이 쾌적한 쇼핑에 유리해 현대백화점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 이에 HDC신라는 삼성전자의 최신 IT(정보화기술) 시스템을 접목한 ‘신개념 체험형 매장’을 조성해 차별화를 꾀한다.

신세계도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트럴시티의 중심에 약 1만3500㎡ 규모로 면세점을 조성해 관광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 호텔, 백화점, 극장, 서점 등을 갖춘 센트럴시티의 쇼핑·관광 인프라를 지하철 3개 노선과 전국으로 이어지는 고속버스 노선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면에서 신세계 후보지는 최고의 조건을 갖췄으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역, 이태권 상권까지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 올해 상반기 강남구 방문 관광객의 21%에 해당하는 약 91만명이 강남역 일대를 찾았으며 신사동에도 약 36만명(8%)이 방문했다. 여기에 집계되지 않은 서초구 서래마을 등까지 더하면 예비 수요는 충분하다.

반면 이 지역은 고속버스 등으로 인한 교통체증이 상당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신세계 측은 별도의 관광버스 주차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개별 관광객이 교통 문제를 악화시키지는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교통 문제는 지하철 2호선 잠실역을 중심으로 놀이공원 롯데월드와 복합쇼핑몰, 백화점, 호텔 상권을 갖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약 1만8000㎡ 규모의 월드타워점은 올해 12월 월드타워 완공 시 연결을 통해 3만㎡ 이상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현재도 이 지역 방문객 수가 상당하다.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연휴 기간에만 롯데월드몰 방문객 수는 18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쇼핑 수요가 충분하다는 장점인 동시에 인근 교통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이에 롯데는 면세점에 승용차 6043대, 관광버스 200대를 수용할 공간을 확보하고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단체고객을 위한 관광버스 승하차장을 만들어 지상 교통 흐름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 워커힐 리조트 스파 예상도/사진=각사 제공

SK네트웍스는 중심 상권에서 벗어난 광진구 워커힐에 면세점을 되찾기 위해 기존 특허면적을 2배 이상 확장한 1만4313㎡의 매장을 조성한다. 카지노 수요를 중심으로 상대적인 관광객 수가 적다는 점을 인식해 3만9669㎡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조성하는 등 ‘고급 리조트’ 전략을 내세웠다.

쇼핑 위주의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를 통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지난해까지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경쟁력 평가를 만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4개 경쟁사들의 후보지가 모두 강남 도심에 몰려있는 만큼 관광 다양화 차별성을 인정받아 3개의 특허권 중 하나를 가져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서 각 후보 기업들은 상이한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유통 경험이 풍부한 롯데는 그룹 내부에 많은 이슈를 안고 있는 만큼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섰고 시 외곽에 후보지를 택한 SK는 대규모 투자와 매장 차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처럼 다양한 조건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결과를) 모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이번 결과가 서울 상권과 유통업계 지배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심사 결과는 오는 12월 초 발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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