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증가 등 효과 미비…대기업 상생 가능성도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관광축제로 마련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서 전통시장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경기 활성화라는 행사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 지난달 29일 서울 영동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통시장 지원을 나온 현대백화점 직원과 시장 상인이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는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대비 2배인 400곳 이상의 전통시장이 참여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할인 행사뿐 아니라 중소·영세 상인들까지 경기 활성화 효과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중간 점검 결과 면세점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국내에 대거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요 덕분에 면세점 업계는 행사 첫 주말에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0% 가량 증가하는 특수를 누렸다.

가을 정기세일 기간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인 백화점도 행사 시작부터 3주차 주말인 지난 16일까지 롯데백화점 5.3%, 신세계백화점 10.3%, 현대백화점 5.0% 등 전년 대비 양호한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반면, 전통시장의 매출 증가 등 ‘코리아 세일 페스타 효과’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7일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국 거점시장 17곳 중 1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0%가 지난해보다 평균 매출이 20.8% 늘었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50개 시장의 상인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행사 시작부터 이달 9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매출 증가 응답자 64.4%, 평균 매출액 증가 18.5% 등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복수의 언론은 중기청이 성과 과대포장에 나섰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다. 지역 전통시장에서 다수의 상인들이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고 답하거나 행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표본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 결과만 내세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전통시장 상인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 덕분에 이런저런 행사도 있지만 백화점이나 마트가 주인공인 분위기는 여전하다”며 “각 시장마다 분위기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아직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답하기도 했다.

주로 관광객 수요가 많고 매출이 좋은 시장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져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설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일간지는 중기청의 설문지에 애당초 매출 ‘감소’ 선택지는 없었다며 성과 포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개별상인들로 구성되는 전통시장의 특성상 전체 매출 등에 대한 집계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황 파악을 위한 표본 조사에 의미는 있다. 다만 대형마트 등과 상충관계에 있고 큰 폭의 할인이 여의치 않은 전통시장의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일부 조사 결과를 섣불리 홍보에 활용했다는 점이 질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를 의식한 중기청은 ‘전통시장을 위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 검토에 들어갔다. 백화점, 마트와 겹치지 않는 전통시장 대형 행사 기간을 따로 마련해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방안이다. 이르면 내년 봄 개최를 목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골목상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유명 거점시장 등을 중심으로 전통시장 인식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일부 대기업은 지역 시장들과 연계되는 상생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먼저 서울의 관광명소인 명동 남대문시장이 뒤늦게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합류했다. 노점상인 실명제 추진 과정에서 점포상인과 노점상인 간의 갈등으로 참여가 늦어졌지만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관광객 공략에 나섰다.

남대문시장 상인회가 직접 참여하는 ‘글로벌 특가 데이’가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진행돼 액세서리, 주방용품, 인테리어 용품, 아동복 등을 갖춘 플리마켓이 열렸으며, ‘반딧불이 미니 야시장’, 버스킹 콘서트, 전통문화 체험 등의 다양한 행사와 경품 이벤트가 마련됐다.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남대문시장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동참함에 따라 이번 행사를 통한 내수진작 효과가 전통시장 등 민생경제로 확산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한 현대백화점은 대대적인 전통시장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 15개 현대백화점 점포 주변 전통시장 11곳을 선정해 쇼핑봉투, 홍보DM 등을 제작·전달하고 온누리상품권 또는 경품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으로 전통시장 상품 구매를 유도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 SNS 웨이보 현대백화점 계정을 통해 전통시장에 대한 소개와 행사·주변 정보 등을 홍보하기도 했다.

대규모 백화점 경품을 준비한 롯데백화점과 본점이 남대문시장과 등을 맞대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본사 차원에서의 전통시장 연계 프로그램은 선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정기세일 확대 등을 통해 내수 활성화라는 정부 방침을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차원은 아니지만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21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전통시장 대상 교육·판로지원·상생스토어 운영 등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록 아직 현대백화점의 전통시장 상생 프로그램이 실제로 얼마나 매출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왔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다른 대기업들이 다양한 상생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한편, 정부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 전통시장 수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 1일 수유시장을 찾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전체 전통시장 1439개의 3분의 1 이상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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